'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는 북에 타전할 '트럼프 메시지' 주목
대북 접촉시도 가능성…'대선전 북미정상회담' 등 한미 대북공조 조율도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금주 방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방한 중 타전할 대북 메시지가 관건이다.
그의 방한이 미 대선 전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타진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한국행은 북한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풀기 위한 우리 정부의 모색이 이어지고 이와 맞물려 미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길에 올라 오는 7∼9일께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전략대화를 갖는 것을 비롯,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상황을 논의하고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전망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그가 이번 방한 계기에 장기 표류해온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극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한반도 정세에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비건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방한 시에 이어 이번에도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외교안보라인이 개편된 와중에 방한 계기에 이들 인사 일부와 '상견례'가 이뤄질지도 눈길을 끈다. 약식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북 특별대표를 겸하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낼지 하는 것과 이에 대한 북한의 '응답' 여부이다.
미국이 이번에 북한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다시 협상으로 견인할 유인책을 제시할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비건 부장관이 북한에 만나자고 공개 제안했던 지난해 12월 방한 때에 이어 이번에도 판문점 회동 등 북측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면 비건 부장관으로선 '빈손 방한'을 재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띄우기 등을 통해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우리 정부와 대북 경색 국면 타개 방안을 위한 조율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이 대선 전 북미 정상 재회에 선을 긋긴 했지만 이에 적극적인 우리 정부와의 입장 공유를 통해 기류 변화 등이 이뤄질지도 관심을 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 반전을 위해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10월의 서프라이즈'로 꺼내 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로 꼽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그의 방한을 앞두고 미 독립기념일인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 정치적 이벤트를 경계하며 대미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방한 시 극적 모멘텀 마련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 안팎의 대체적 시선이다. 더욱이 북한이 미 대선 전 협상 재개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 부상이 미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극적 비난을 자제하며 대미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만큼 비건 부장관이 어떠한 대북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비건 부장관을 메신저 삼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북한이 미국의 계속된 인도적 지원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온 점 등에 비춰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 차원을 넘어 결국 제재 완화 내지 그에 준하는 상응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제재 유지' 원칙에서 후퇴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방한이 대북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보다는 추가 도발 억제 등을 통해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황관리 목적에 무게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는 남북협력을 통해 활로를 찾아보려는 우리 정부와 미 정부 간에 조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부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19 국면이 다소 진전되면 한국을 우선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 기간에는 교착 상태에 처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테이블 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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