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중문본'이 영문본보다 우선?"…홍콩 법조계 반발

입력 2020-07-06 13:51  

"홍콩보안법 '중문본'이 영문본보다 우선?"…홍콩 법조계 반발
변호사들 "英·中 2개 공용어 인정하던 관례 배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이 법의 중문본을 영문본보다 우선한다는 중국 중앙정부의 방침에 홍콩 법조계가 반발하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후 같은 날 밤 11시에 홍콩 정부가 이 법을 공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홍콩보안법의 공포는 중문본으로 이뤄졌다.
이어 사흘 후인 이달 3일에 이르러서야 홍콩 정부는 홍콩보안법 영문본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홍콩 법무부는 홍콩보안법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제정한 중국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문본을 영문본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콩 법조계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많은 외국인 판사와 변호사가 활동하는 홍콩에서는 법조문을 포함한 모든 사법 행위에서 중문본과 영문본에 대등한 지위를 부여해 왔기 때문이다.
변호사 알랜 웡은 "홍콩보안법 내에 중문본을 영문본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이 없는데 중문본을 당연히 우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이번에 공포된 홍콩보안법 중문본과 영문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콩보안법 중문본 9조와 10조는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학교,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 등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선전·지도·감독·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영문본에는 'schools'(학교) 옆에 'universities'(대학)을 별도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시위의 중심이 된 대학을 통제하기 위해 일부러 영문본에 '대학'을 추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또한, 홍콩보안법 29조에서는 '외국 세력과 결탁'에 대한 처벌을 다뤘는데 이 조항도 중문본과 영문본의 내용이 다르다.
중문본에서는 '(외국 세력과) 공동 조직을 결성한 자는 역할과 참여 정도에 따라 다른 범죄 혐의가 적용된다'고 규정했지만, 영문본은 '같은 범죄 혐의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했다.
한 홍콩 변호사는 "이처럼 엉터리로 영문본이 쓰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외국 판사와 변호사들은 홍콩보안법 이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당국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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