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인터뷰…"전장에서 아군 돕지 않는 셈"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한 것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6일 보도된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WHO가 중국 편을 든다'고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WHO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전쟁이 한창인데 전장에서 아군을 돕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 완벽한 조직은 없다. (발생원이) 중국 우한인지 어떤지는 나중에 조사해도 되며 지금은 WHO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생명을 구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후 유엔이나 다자주의를 경시하는 경향이 보이며 이는 코로나19로 한층 악화했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우리들이 경험한 적이 없는 위기가 세계를 덮쳤다. 어느 나라든 예외가 없다. 그런데도 국제적인 연대 의식이나 다자주의가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 위원장은 UN 사무총장 재임 중이던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출혈열이 확산하자 유엔 에볼라 비상대응단(UNMEER)을 현지에 파견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처럼 미·중이 대립하고 있으면 전체적으로 톱니바퀴가 돌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질병이며 정치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규모 질병이 발생했을 때 국제적인 연합체가 자동으로 가동하는 조직체제를 갖춰야 한다. WHO나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유엔 기구나 각 지역 개발은행이 유기적으로 기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반 위원장은 "정치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 안타깝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상이나 장관이 회담하고 상호 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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