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등 현지법인 세우고 유통망 확대…해외사업 매출 성장
녹록지 않은 현지인 입맛 공략…나라마다 다른 '위생조건' 극복도 난제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식품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의 규모는 제한적이고 경쟁이 워낙 치열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살길을 찾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게 쉽지 않고, 이미 외국의 대형 식품업계가 자리를 잡고 있어 해외 시장을 뚫는다는 게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는 오리온이다.
실제로 오리온의 지난 1분기 매출을 보면 해외시장의 매출이 64%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사업의 비중이 크다.
법인별로 봐도 작년 국내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2.9%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중국에서는 4.4%, 베트남에서는 7.8%, 러시아에서는 19.1% 성장했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품목은 오리온의 대표상품인 초코파이부터 스윙칩, 오!감자별, 꼬북칩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베트남의 쌀과자, 러시아의 베리맛 초코파이 등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도 개발했다.
또 지난달에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오리온 제주용암수' 판매도 시작했다.
농심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심은 지난 1971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제1공장을 지었으며, 현재 제2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2017년에는 미국 월마트의 모든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농심의 '신라면블랙'을 꼽기도 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호주·베트남 등 5개국에 법인을 만들었고, 미국, 중국, 일본, 스위스, 중동, 아프리카 등 10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으로만 3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 올렸으며 스낵이나 생수 사업까지 합하면 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올해 9억5천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도 순항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는 '비비고 만두'가 해외시장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만두 매출은 지난해 9천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60%를 넘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2016년 연 매출 1천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천억여원을 기록했다. 또 미국의 식품기업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하며 식품 생산·유통 라인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도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매출은 지난 2015년 9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천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밖에 베트남에서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하는 등 베트남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며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차례로 진출해 2020년 7월 현재 5개국에 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 300개의 매장을, 미국에 8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캐나다와 캄보디아에 진출하기 위해 새롭게 법인도 설립했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300종 이상의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다양화 전략'과 함께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베이커리를 개발한 것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 역시 1991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국과 일본에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풀무원의 미국법인 풀무원USA는 지난해 미국 전체 두부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풀무원의 중국법인 푸메이뚜어식품이 지난 1분기 영업이익 7억원, 영업이익률 6.6%를 기록하며 중국진출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에는 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나라마다 자연환경이나 음식 문화가 달라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식품업체가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고는 하나 현지인보다는 교민이나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 진출한 이후에도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규격화된 공산품이 아닌 식료품을 판매하다 보니 국가마다 각각 다른 검역 등의 위생 조건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가마다 다른 식문화를 극복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을 포함해 국가마다 다른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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