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롱대 초대 학과장…24년간 복무한 간호장교 출신의 '군인 정신'
46세에 베트남어 공부 시작해 통·번역…올해 처음 한국어 제자 배출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군인정신으로 해낸 것 같습니다."
2016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베트남 대학의 한국어과 학과장을 맡아 올해 처음 제자를 배출하는 이계선(62) 탕롱대 교수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간호장교로 임관한 뒤 2004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동국대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46세로 민간인이 되든 해 베트남으로 이주했다.
"한국인으로서 분단과 통일을 모두 겪은 사회주의 국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베트남뿐이었고, 통일 과정과 이후 베트남 여성의 역할을 공부해보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성조가 6개나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베트남어를 1년 만에 어느 정도 익힌 뒤 하노이 인문사회대 박사과정 입학을 허가받았고, 5년 만에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 2008년부터 하노이대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베트남어 통역 외래강사를 맡았다.
이어 2013년 탕롱대 사회학과 전임강사가 됐고, 2016년 같은 대학에 한국어과가 생기면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학과장으로 부임했다.
젊은 나이에 시작해도 이뤄내기 어려운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이 교수는 "어떤 임무를 맡더라도 반드시 완수한다는 군인정신으로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 개설 첫해는 신입생 72명을 모집했고, 이후 해마다 인기몰이를 하면서 150명, 200명으로 정원이 점차 늘었다. 현재 베트남에 한국어과가 있는 대학 30여개 가운데 모집 정원이 200명 이상인 대학은 5개다.
이 교수는 다음 달 처음으로 한국어과 제자를 배출한다. 57명이 졸업하게 되는데 중도 포기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한국과 한국기업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특강을 열고 실무 교육을 병행한 것이다.
한국인과 베트남인 강사도 각각 10명과 12명으로 비슷하게 뒀다.
그는 "한국인이 이끄는 한국어과 수업은 남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너무 엄격하게 대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래도 제자들이 잘 따라와 줘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1기 졸업생들은 이런 이 교수 등 스승들을 위해 지난 3일 대규모 사은회를 열었다.
열심히 준비한 K팝 댄스와 부채춤, 연극 등으로 지난 4년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이 교수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라며 "제자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양국 간 가교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베트남어를 현지 문화와 함께 익히는 방법을 쓴 책 '베트남 문화를 바탕으로 한 베트남어'와 베트남을 소개하는 책 '베트남 사회의 소소한 이야기'를 저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번역서 '말씀의 나눔'을 출간했고, '한국어-베트남어 번역 능력 향상 워크북'과 '의료 통역사 양성과정 통역 실기 표준 교재'의 공동저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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