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에 전달 "탈퇴조건 충족 검증중"…잔류 가능성도 있어
공화당서도 탈퇴 반대론 분출…바이든 "대통령 되면 첫날 재가입"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마찰을 빚어온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고 외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두고 중국 책임론과 함께 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시해온 상황에서 기구 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탈퇴 완료까지 1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야당은 물론 행정부와 공화당에서도 반대 여론이 속출해 실제 탈퇴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WHO 탈퇴서를 제출했다. 탈퇴서는 3문장짜리의 짧은 문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는 대통령이 미국을 WHO에서 공식적으로 탈퇴시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미국의 탈퇴 통보는 6일부로 유효하며 탈퇴 절차를 거쳐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총장은 탈퇴를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지 WHO와 함께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 대변인은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우리는 현 단계에서 어떤 추가 정보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은 WHO의 최대 지원국이지만 현재 경상비와 회비 등 약 2억달러가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WHO가 중국의 은폐를 돕고 늑장 대응을 했다며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등 WHO 개혁을 요구했다.
또 5월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1년에 4억5천만 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천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통보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친정인 공화당의 중국 태스크포스 위원들은 미국이 WHO 회원국으로 있을 때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도 메넨데즈 의원은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 결정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탈퇴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1년이란 기간이 남은 만큼 잔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CNN에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이는 최종이 아니기 때문에 다가올 1년 안에 번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첫날, 나는 WHO에 재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WHO 개혁을 계속 추진한다고 말했지만 탈퇴 계획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WHO가 함께 행동하지 않는 한 재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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