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만만한 바이주'…최고 18억원 호가 '상위 1% 기호품'
김정은 방중 때 마오타이 접대받아…"특별 한정판 생산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마오타이(茅台) 한병이 2억원에 육박한다고요?"
베이징(北京)의 중국 술 바이주(白酒) 도매상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제작된 최소 100만위안(한화 1억7천만원)짜리 마오타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중국에서 바이주 가격은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이 중국인 도매상의 회사는 베이징 외곽에 있는데 최근 지인들을 초대해 중국의 18가지 명주 시음회를 열었다.
필자도 우연히 참석했는데 이 회사가 생긴 이래 한국인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 도매상은 중국 최고급 술인 마오타이와 우량예(五粮液)를 주로 취급한다.
본격적인 시음회에 앞서 이들 술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 명주로 꼽히는 펀주(芬酒), 시펑주(西鳳酒), 수이징팡(水井坊) 등이 소개됐다.
한국에서 바이주를 흔히 '고량주' 또는 '배갈'이라고 부르며 중화요릿집에서 어쩌다 한 번씩 마시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바이주는 국민주이자 이 가운데 최고급 마오타이는 상위 1% 계층만 누릴 수 있는 기호품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비싼 마오타이는 1935년산 라이마오주(賴茅酒)로 시가 1천70만위안(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상은 "한국의 중화요리 집에서 파는 바이주는 대부분 중저가품"이라면서 "진짜 최고급 바이주는 중국 내에서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음 방식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아주 독특했다.
먼저 바이주 향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바이주는 냄새를 맡아보면 우리나라 소주와 달리 각기 다른 독특한 향이 나는데 칭샹(淸香), 눙샹(濃香), 장샹(醬香)으로 크게 구분된다.
도매상은 "칭샹은 꿀꽃 향기가 나고 눙샹은 파인애플, 장샹은 간장 냄새가 난다"면서 칭샹은 펀주, 눙샹은 우량예와 수이징팡, 장샹은 마오타이가 대표 술이라고 말했다.
시음대에 상표 없이 술 3잔이 놓였다. 마셔보고 칭샹, 눙샹, 장샹을 각각 구분해보라고 한다. 칭샹은 냄새가 강렬한 면이 있어 비교적 쉽게 구분이 가능하지만 눙샹과 장샹은 구분이 쉽지 않았다.
이어진 술 3잔과 마지막 3잔은 모두 눙샹과 장샹으로만 구성됐는데 가장 비싼 술을 찾게 했다.
마지막 술 3잔을 시음한 뒤 다들 놀랐는데 참석자 중 절반만 진짜 마오타이를 골랐고 나머지 절반은 100위안(1만7천원)짜리 바이주가 더 맛있다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바이주 제조 기능장 및 품평사이기도 한 이 도매상은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긴 하지만 100위안짜리도 좋은 바이주"라면서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농샹을 선호하지만 나중엔 장샹을 좋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4차례나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접대받았다는 마오타이로 화제가 옮겨갔다.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 방중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와 만찬에서 마오타이 중에서도 중국술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쳐주는 아이쭈이(矮嘴·작은 주둥이) 장핑(醬甁) 브랜드가 등장했다고 미국 매체가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도매상은 "일반적으로 국빈이 방중하면 마오타이 제조사에서 특별 한정판을 만들어 만찬장에 올리게 된다"면서 "김 위원장 방중 때도 제공됐을 것으로 보이며 이 자체가 한정판이라 가격은 따질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일종의 시그니쳐 마오타이로 그 의미만으로도 최고의 가치를 갖는다"면서 "이 마오타이가 김 위원장의 귀국 선물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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