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포사우루스 "약한 턱" 초기 연구결과 잘못 바로잡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억8천300만년 전 쥐라기 초기에 살았던 공룡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는 영화 '쥬라기 공원'(1993년)에서 성인보다 작은 덩치에 목덜미 주름을 부채처럼 펼치며 독이 섞인 침을 뱉는 것으로 묘사돼 유명해 졌다.
하지만 이는 초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산물로 실제로는 길이가 6m에 달하는 당시 가장 큰 동물이었으며, 도마뱀보다는 새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에 따르면 규화목국립공원 고생물학자 애덤 마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딜로포사우루스 화석 5종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Paleont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텍사스대학 잭슨 지구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딜로포사우루스를 연구한 마쉬 박사는 "이 연구 이전에 딜로포사우루스의 생김새나 진화 과정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면서 "(영화로) 가장 유명해 졌지만 아는 것이 가장 적은 공룡이었다"고 했다.
딜로포사우루스는 1950년대 이뤄진 초기 화석 연구에서 약한 벼슬과 턱을 가진 것으로 발표돼 '쥬라기 공원'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독으로 사냥감을 제압하는 몸집이 작고 호리호리한 공룡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연구팀은 딜로포사우루스의 턱뼈가 강한 근육을 받치는 작용을 한 증거를 찾아냈으며, 머리의 벼슬을 포함한 일부 뼈는 골격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기주머니로 얼룩덜룩한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일종의 '버블랩'과 같은 것으로 뼈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주머니는 현대 조류나 다른 거대 공룡도 갖고있던 것으로 몸을 가볍게 해 하늘을 날거나 육중한 몸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조류는 짝짓기 의식 때 피부 부분을 최대한 부풀리거나 열을 발산할 때도 이 공기주머니를 활용하는데, 딜로포사우루스의 코 안쪽 구멍에서 벼슬로 이어지는 관과 공기주머니의 복잡한 배열은 비슷한 기능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이 분석한 5종의 딜로포사우루스 화석은 모두 나바호족 소유의 애리조나주 카옌타층(Kayenta Formation)에서 발굴됐다.
연구팀은 각 화석의 해부학적 특징 수백가지를 기록한 뒤 알고리즘을 이용해 딜로포사우루스 화석 발굴의 기준이 된 첫 화석과 비교해 모두 딜로포사우루스의 화석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 딜로포사우루스와 근연종 공룡 간에 상당한 진화적 차이(gap)가 존재하는 것도 찾아냈다. 이는 딜로포사우루스에 더 가까운 공룡 종이 아직 발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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