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장관 "베네통 그룹이 새 교량 운영"…"돌고 돌아 제자리" 비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 이후 새로 건설한 다리 운영권을 참사 책임이 있는 민영업체에 맡기기로 해 질타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올라 데 미켈리 교통장관은 8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ASPI)가 새 모란디 다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ASPI는 패션그룹 베네통 그룹이 고속도로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한 손자회사다. 이탈리아 내 많은 고속도로 구간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문제는 ASPI가 2018년 8월 43명이 희생된 북서부 리구리아주 제노바의 모란디 대교 붕괴 참사와 관련해 유지보수 부실 책임이 제기된 업체라는 점이다.
앞서 이탈리아·스위스 전문가 합동조사단은 해당 교량이 사고 전까지 25년간이나 유지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으며, 사법당국은 이를 토대로 ASPI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조반니 토티 리구리아 주지사는 "2년간의 피 터지는 논쟁과 싸움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애초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됐다"라며 비아냥 섞인 비판을 가했다.
정부가 붕괴 참사의 책임을 물어 ASPI의 전체 고속도로 운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새 모란디 다리의 운영권을 쥐여주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2㎞ 길이의 새 모란디 다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것으로, 이달 중 개통될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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