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이 작년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국 수출관리 체제 운영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WTO는 8일(현지시간) 제네바 본부에서 일본의 무역정책을 점검하는 심사회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을 겨냥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에 대해 무역 보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측은 "군사전용 우려가 있는 물자와 기술에 대해선 적절한 수출관리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수출관리 체제 운용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 폈다.
일본 측은 또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상호 이해와 신뢰 조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며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한 한국 정부에 양자 협의를 계속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이 2018년 10월 처음 확정한 일제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의 한일청구권 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이라는 점을 내세워 판결 이행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작년 7월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재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조치가 국제무역 규칙을 위반한 부당한 무역보복이라고 일본 언론이 지적하고 있음에도 한국 수출 관리 제도의 취약성에 따른 안보상 우려를 규제의 근거로 내세우며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WTO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때 중단했던 제소 절차를 지난달 초 재개했다.
백지아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지난 6일 열린 WTO의 일본 무역정책 심사회에서 일본 측의 주장이 부당하다면서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WTO의 일본 무역정책 검토 회의는 애초 지난 3월 예정돼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돼 8일 회의를 끝으로 종료됐다고 전했다.
WTO의 일본 무역정책 검토 다음 회의는 3년 후에 열린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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