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부 아타튀르크 1934년 박물관으로 지정
에르도안 대통령·집권당,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 추진
유네스코, 모스크 전환에 사실상 반대 뜻 표명
(이스탄불·파리=연합뉴스) 김승욱 김용래 특파원 =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 박물관이 박물관 지위를 잃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10일(현지시간)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소피아는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의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오스만 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이후 성소피아 박물관은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다. 성소피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Historic Areas of Istanbul)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으며, 이날 성소피아의 박물관 지위를 취소했다.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것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유네스코 대변인은 이날 터키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AFP통신의 질의에 "세계유산 등재는 많은 약속과 법적 강제를 수반하는 일"이라면서 "해당 국가는 특정 조치가 해당 문화유산의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에 특정 조치를 취하려면 유네스코에 사전 검토를 요청해야 하고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심사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네스코 대변인은 이어 성소피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스탄불역사지구'의 박물관으로 등재돼 있다면서 이런 내용을 터키 측에도 사전에 수차례 고지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성소피아 박물관을 특정 종교의 건물로 만들면 세계유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키에서 제기되자 터키 정부는 모스크로 전환하더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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