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개종' 논란 스페인 수도사가 세워…성당 측도 방화 우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249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 가브리엘 성당에 11일(현지시간) 불이 나 지붕과 내부 시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당국은 이 성당을 설립한 스페인 출신의 선교사가 최근 인종차별 철폐 시위로 촉발된 식민주의 역사 청산 운동의 표적이 돼왔던 만큼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샌 가브리엘 성당 화재는 이날 오전 4시께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목재로 된 성당 지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내부 시설 대부분도 불에 탔다.
다만 성당 측은 수공예로 제작된 내부 제단을 비롯해 귀중한 유물들이 무사히 보존된 것은 "작은 기적"이라며 안도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면서 성당의 역사적 연원과 관련된 방화 가능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당은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식민통치하던 1771년 설립됐다. 스페인 출신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인 후니페로 세라가 캘리포니아 전역에 세운 가톨릭 수도시설 가운데 하나다.
세라는 미국 땅에 가톨릭을 처음으로 전파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아 2015년 로마 교황청이 성인으로 추서했지만, 인디언 원주민에게 개종과 노역을 강제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식민주의 역사 청산 운동을 벌이는 캘리포니아 활동가들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LA에 설치된 세라의 동상을 잇달아 철거하기도 했다.
LA대교구의 로버트 배런 보좌 주교는 다음 주 성당 건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내부 보수 공사를 진행하던 와중에 불이 났다며 "화재 원인과 관련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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