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의사, 개고기 도축 위기견 구조…1천400마리 보호

입력 2020-07-13 12:43  

인도네시아 여의사, 개고기 도축 위기견 구조…1천400마리 보호
11년째 도축업자한테 돈 주고 사들여…"한식당 향하는 수십 마리도 구조"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1년째 '개고기'로 도축될 위기에 처한 개를 구조해온 50대 여의사가 현지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여의사는 "매주 한두 마리를 구조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돈이 없는 사람들이 애완견, 유기견까지 내다 팔면서 구조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AFP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의사 수사나 소말리(55)는 남부 자카르타에 5천㎡ 규모 동물보호소를 운영 중이며 핏불, 셰퍼드 등 무수히 많은 품종의 개 1천400 마리를 30명의 직원과 함께 돌보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수사나는 "2009년 임신한 개가 도살을 앞둔 모습을 SNS에서 처음 봤다"며 "개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개고기' 문제를 알게 돼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수사나와 직원들은 도축업자에게 돈을 주거나, 다른 고기를 제공하고 개를 구출해왔다.
수사나는 "이번 달에도 현지 한국 식당으로 향하는 개 수십 마리를 구조했지만, 매번 제시간에 구출하지는 못한다"며 "최근 한 정육점으로 달려갔지만, 도착 전 이미 도살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연간 1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살되고, 자카르타에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100개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이슬람 신자(무슬림)들은 개를 부정하고 불결한 동물로 여기며 개고기를 잘 먹지 않지만, 비무슬림 가운데 개고기를 별미로 즐기는 현지인들이 있다.
수사나는 "진짜 전투는 도축업자로부터 개를 구조하는 것이 아니라 팬더믹(전 세계적 유행) 상황에 개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1천400 마리의 개에게 매일 0.5t의 육류를 먹이로 공급하고, 직원들 월급을 주려면 월 2만9천 달러(3천500만원) 이상 경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실직자가 늘고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부금이 줄었다. 수사나는 지역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맡아 월급을 벌고 있다.
수사나의 보호소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역의 동물보호소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포퍼즈(Four Paws)는 "코로나19 사태로 동물들이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저소득층 주민들은 그들의 반려동물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를 내놓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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