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췌장, 혈당치 높으면 새 인슐린부터 분비…헌 인슐린은 폐기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 '생물 화학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슐린은 혈중 글루코스(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당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이 췌장에서 혈액으로 풀려 당 수위를 낮춘다.
보통 '성인 당뇨병'이라고 하는 '2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시스템이 고장 나 생기는 병이다.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 포도당을 처리할 만큼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거나, 인슐린 분비 세포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원인이다.
건강한 췌장은 새로 만든 신선한 인슐린을 우선해서 분비하고, 오래된 인슐린은 분해해 폐기한다.
그런데 2형 당뇨병에 걸리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우선순위에 교란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췌장이 새로 생긴 인슐린과 오래된 인슐린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호주 시드니대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생물 화학 저널(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최신 호에 발표했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전 세계의 당뇨병 환자는 4억1천500만 명에 달한다.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는 95%가 2형 당뇨병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긴 2형 당뇨병 환자는 주사기나 인슐린 펌프를 이용해 수시로 인슐린을 몸 안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2형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치료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된 인슐린은 섬처럼 산재한 구형 세포군에 과립 형태((insulin granule)로 보관된다.
연구팀은 새것과 헌것을 구분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Syncollin-dsRedE5TIMER)을 인슐린 과립에 집어넣고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하면 새로 생긴 과립의 지표 단백질은 녹색 빛을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색 빛으로 바뀌었다.
정상적인 췌장은 포도당 수위에 따라 어느 쪽 인슐린 과립을 먼저 분비할지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치가 각각 상중하인 환경에 생쥐의 베타 세포를 노출하고 반응을 관찰한 결과다. 또한 2형 당뇨병과 비슷한 증상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형 당뇨병의 치료법 개발과 새로운 검진 생물표지 발굴에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관건은 인슐린 과립의 분비 속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약물 표적으로 삼을지라고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멜캄 케베데 교수는 "진화를 통해 췌장 세포는 어떤 걸 분비하고 어떤 걸 분비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기제를 갖게 됐다"라면서 "인슐린 분비에 작용하는 모든 약은, 인슐린 과립의 생성 시기에 대한 고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쓰이는 인슐린 직접 투여는 같은 이유로 단기간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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