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남중국해 갈등에 아세안 '신중모드' 취할까

입력 2020-07-15 10:40   수정 2020-07-15 10:47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에 아세안 '신중모드' 취할까
전문가들 "아세안,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신중"
"코로나19 상황서 공개적으로 미국 편 들기는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당사자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미국의 편을 들기보다는 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의 남중국해 갈등이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의 르 훙 히엡 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 보다 강력한 법적인, 정치적인 위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것으로 해석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르 연구원은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에 맞서 미국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을 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미국 편을 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루시오 브란코 피트로 '아시아-태평양 번영의 길 재단' 선임연구원은 대다수의 아세안 국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과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몇 달 간 봉쇄 수준에 있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벤자민 호 교수는 아세안 국가들의 대다수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미국의 편을 들 가능성이 작다면서 이들은 미국 대선 때까지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책임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남중국해 문제 등 전방위적인 전략적 충돌 국면에 돌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베이징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괴롭힘 활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방해받지 않는 상업 흐름을 유지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이런 입장을 많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공유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중국은 즉각 남중국해 문제의 역사와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을 위반하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음모를 꾸미고 선동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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