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15일 우여곡절 끝에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획기적 공급 확대 없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각종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계를 느끼고 공급확충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묘안을 찾기가 마땅치 않아서일 터이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다른 대안과 비교할 때 서울의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물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구 1천만 대도시의 허파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지극히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놓고 범정부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팀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이 "한다", "안 한다" 서로 딴소리하며 혼선을 빚은 것도 이 문제가 정부 안에서도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증좌일 것이다. 당정의 입장 정리에도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여론이 극명하게 갈릴 정도로 발화성이 강한 만큼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신규택지 발굴'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도심 밀도 개발 규제개선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유휴부지 및 국가시설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재개발 재건축 추진 등 공급확충 방안의 얼개만 제시됐다.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공급 효과가 미미한 것들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청와대로 긴급히 불러 '추가 발굴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라'고 했던 주문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달 안으로 내놓을 주택 공급확충 방안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무주택 서민들의 상실감을 달래줄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린 셈이다. 코너에 몰린 정부의 절박감은 짐작이 가지만 지금까지 거론했던 용도지역 비율조정이나 고밀도 재건축, 유휴부지 활용만으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이나 투기수요 유발 등의 부작용을 압도할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었다. 당정이 혼선 끝에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공식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 맥이 닿아 있을 것이다.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검토 카드를 꺼냈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실제 정책으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판교신도시 사례에서 보듯이 오히려 서울 집값만 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벨트는 시민의 휴식공간이고 오염에 찌든 대도시를 정화하는 거대한 허파다. 한 번 훼손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놓아야 할 보물 같은 곳"이라며 해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지으면 서울 집중도와 편의성만 높아져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그린벨트가 성역일 수는 없다. 그린벨트의 순기능을 압도하고도 남을 사회적 가치가 있다면 해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는 150㎢ 규모로 청계산과 우면산을 끼고 있는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8.17㎢), 강남(6.09㎢), 송파구(2.63㎢) 등에도 산재해 있다. 노원, 은평, 도봉, 강북구 등에도 있지만, 산세가 험해 대규모 택지 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주택으로 개발하고 남은 주변 땅들이 해제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같다. 이곳의 그린벨트를 풀면 입지여건이 뛰어난 강남권에 1만 가구 정도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물량이긴 하지만 그린벨트가 야금야금 무너지면 서울은 점점 삭막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가 성역은 아니라지만 훼손됐을 때 손실이 너무도 큰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다른 모든 대안을 치열하게 검토한 뒤에 불가피할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