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숙향 교수 "병용 약물 최대 38.9%는 '금기 약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국내 C형 간염 환자 10명 중 8∼9명은 항바이러스제제 외 다른 약물도 병용하고 있어 약물상호작용(DDI)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정숙향 교수팀이 2013년 한 해 동안 C형간염 진단을 받은 18세 이상 남녀 4만7천104명의 약물처방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의 국제학술지(GUT & LIVER)에 게재됐다.
C형간염 환자 84.8%는 동반 질환을 앓고 있었다. 특히 이 비율은 연령과 함께 증가해, 65세 이상 환자에서는 93.6%에 달했다.
동반 질환은 순환계통 질환(52.8%), 내분비 질환(52.4%), 소화계 질환(50%), 정신 질환(25.6%) 순으로 많았다.
질병별로는 고혈압이 31.8%로 가장 많았다. 식도염과 위식도 역류질환(30%), 이상지질혈증(21.2%), 당뇨(20%)가 뒤를 이었다. 특히 75세 이상 환자에서 고혈압과 당뇨는 각각 59.6%와 29.7%를 기록했다. 또 B형간염에 동시에 걸린 비율도 4.3%였다.
이렇다 보니 C형간염 환자의 96.8%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동반 질환 치료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환자 4만7천104명이 받은 약물 처방은 37만9천536건에 달했다. 환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1년에 8.1번의 약물 처방을 받은 셈이다.
동반 질환 치료약물 복용 비율은 연령과 함께 증가했다. 18∼34세 그룹은 평균 5.4개의 약물을 처방받았지만, 75세 이상 그룹은 평균 9.8개의 약물을 처방받았다. 이들 중 한 번이라도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99%에 달했다.
이들이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면서 처방받은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진통제로 83.3%였다. 위장약이 80.1%, 항균제가 67.9%, 항응고제가 59.1%였다.
문제는 이런 약물을 C형 간염 항바이러스 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처방된 약물의 최대 38.9%는 DDI 위험이 있어 C형간염 환자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이었다.
DDI는 약물이 다른 약물의 대사 효소나 다중약물내성 단백질을 억제하거나 방해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2015년 유럽과 미국 보건기구는 C형간염 항바이러스제와 부정맥 치료제를 병용했을 때 9명에서 서맥(徐脈)과 느린 부정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3명은 심장 박동기 이식이 필요했고, 1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C형 간염 자체가 체내 약물 대사를 손상한다"며 "질환 및 동반 질환 치료에 있어 추가적인 약동학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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