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홍콩서 사라진 금융계 거물 샤오젠화 회사 계열
대상회사 자산 총 200조원…당국 "고객 권익·공익 조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보험·증권·신탁 업종에 걸쳐 9개 금융사의 경영권을 무더기로 접수했다.
가뜩이나 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이 당국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한 시기여서 이번 조치가 중국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17일 밤 화샤(華夏)생명보험, 톈안(天安)생명보험, 신스다이(新時代)신탁, 신화(新華)신탁 등 6개 회사의 경영권을 접수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신스다이(新時代)증권, 궈성(國盛)증권 등 3개사의 경영권 접수 관리 방침을 공고했다.
금융·증권 감독당국은 해당 회사들이 실제 소유주의 지분 정보를 은폐하는 등 지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고객과 투자자의 권익, 사회 공익을 위해 법률에 근거해 경영권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의 경영권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보험·증권·신탁회사에 위탁된다.
이번 조치는 시장에 끼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요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됐다. 대상 회사 상당수는 상장사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대상 회사들의 자산총액이 적어도 1조2천억 위안(약 20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경영권이 박탈된 회사들은 모두 부패 문제로 중국 모처에서 조사를 받는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의 밍톈(明天)그룹 계열 회사들이라고 보도했다.
샤오젠화는 복잡한 지분 거래를 통해 100여 개 상장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재계의 거물이었다. 그 배경에는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자제 그룹) 같은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1월 휠체어를 타고 머리가 가려진 채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홍콩 호텔에서 어디론가 옮겨졌다.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고 이후 중국 본토에서 뇌물·돈세탁·불법 대출 등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샤오젠화가 자신은 뒤에 숨고 대리인들을 앞세워 직간접적으로 다수의 금융 회사들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심각한 금융 안정 위협 요인으로 보고 우려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샤오젠화의 금융계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작년 5월 유동성 위기에 몰린 네이멍구자치구의 바오상(包商)은행에도 유사한 조처를 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이 은행을 실제로 지배하는 것은 샤오젠화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먼저 경영권을 박탈해 접수한 뒤 채무 조정과 증자 등 구조조정을 통해 바오상은행을 국유화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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