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르면 주중 ELS 규제 발표…'총량 규제'에선 한 발 물러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려온 주가연계증권(ELS)의 과도한 팽창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기로 했다.
증권사의 건전성 등을 판단하는 레버리지 비율과 유동성 비율 등을 계산할 때 ELS 물량과 관련해 더 강화된 기준을 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르면 금주 후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LS 건전성 규제 방안'을 발표한다.
오랜 저금리 기조와 연 3~4%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낸다는 금투업계의 홍보 속에 ELS의 발행금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99조9천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번 규제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과 유동성 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을 계산할 때 ELS 물량이 '부채'로 더 많이 인식되도록 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총자산(자기자본+부채)을 자기자본의 11배 이하로 제한하는데, 부채로 인식되는 ELS 물량에 일부 가중치를 두는 산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기자본의 일정 수준(50%)을 넘어서는 ELS 물량에 대해서는 1.2배, 1.5배 등을 곱해 부채로 계산하는 방식 등을 예상한다.
ELS 물량과 관련한 부채가 늘어날 경우 증권사가 관리해야 하는 레버리지 비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ELS 발행 감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ELS와 관련한 부채를 계산할 때 일종의 페널티를 주겠다는 뜻"이라며 "ELS 부채를 가산하는 방식 등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의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을 유동성 부채로 나눈 유동성 비율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통상 3년 만기로 발행되는 ELS는 3개월 이내 유동성 부채로 편입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ELS 대부분이 6개월 단위로 조건이 달성되면 투자자들에게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조기상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기상환 기회가 돌아오는 6개월 단위로 유동성 부채 편입 기준을 조정할 경우 유동성 부채로 인식되는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애초 ELS 발행 총량을 증권사 자기자본의 1~2배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ELS 시장 자체를 죽이는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ELS 발행 감축은 유도하되,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안으로 우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비율 규제 강화안들도 유예 기간을 설정해 증권사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ELS와 관련해 너무 경직적인 규제보다는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해외지수 ELS의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로 인한 외환시장 혼란을 경험한 뒤 여러 규제안을 검토해왔다.
증권사들은 ELS를 판매해 확보한 자금의 대부분을 국공채나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보유하고, 일부 금액은 위험 회피(헤지)를 위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입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충격에 발생하자 외국 투자은행들이 ELS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해 수조원의 달러 증거금을 요구했고, 국내 증권사들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안에 외환자산 유동성 관리 강화 방안과 스트레스테스트 요건 강화안 등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총량 규제'가 아닌 '비율 규제' 카드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늘어난 부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의 가장 큰 판매처인 은행에서의 판매(주가연계신탁·ELT)를 일부 제한한 데다가 '고난도 투자 상품' 규제까지 도입돼 이미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사실상 발행 규제까지 더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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