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주지사 소속 야당 '자유민주당' 의원 임명해 '불만 달래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살인 주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극동 하바롭스크주(州) 주지사 세르게이 푸르갈(50)을 해임했다.
동시에 푸르갈이 속했던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 미하일 데그탸료프(39)를 주지사 권한 대행으로 임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신뢰 상실'을 이유로 푸르갈 주시사를 해임하고 데그탸료프를 주지사 권한대행에 임명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극동 지역 출신의 푸르갈과는 달리 러시아 남부 사마라주 출신의 데그탸료프는 하원 의원으로 스포츠·관광·청년 문제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30대의 신진 의원을 극동의 핵심 지역인 하바롭스크주 주지사 권한 대행으로 임명한 것은 크렘린궁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유민주당의 불만을 배려한 결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쥐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는 앞서 자당 소속의 푸르갈 주지사 구속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주지사 권한 대행은 역시 자유민주당에서 나와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바롭스크주의 주지사 선출을 위한 선거는 내년 9월 지방선거에 맞춰 치러질 예정이다.
주지사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나 대통령이 해임권을 갖고 있다.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지난 9일 푸르갈 주지사를 전격 체포해 수천km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로 압송한 뒤 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푸르갈 주지사는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극동 하바롭스크주와 아무르주에서 자행된 2건의 살인 사건과 1건의 살인 미수 사건을 주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푸르갈 주지사는 2018년 9월 지방 선거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역 주지사였던 여당(통합러시아당) 후보를 눌러 파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렘린궁이 반(反)중앙정부 성향이 강한 하바롭스크 주지사를 본보기로 삼아 '야권 손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푸르갈 주지사 체포 이후 하바롭스크 현지에선 지난 11일부터 지지자들의 크고 작은 항의 시위가 전날까지 연일 계속됐다.
첫 시위가 열렸던 11일에는 하바롭스크 시내 광장과 중심가에 최대 3만5천명이 모였다. 18일에도 최대 5만명이 가두행진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푸르갈 주지사를 석방하고 유죄 증거가 있으면 하바롭스크에서 재판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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