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그룹 손잡고 '차세대 모빌리티' 키운다(종합)

입력 2020-07-21 17:07   수정 2020-07-21 17:28

삼성·현대차그룹 손잡고 '차세대 모빌리티' 키운다(종합)
재계 1·2위 그룹 만나 반도체 기반 전장 사업 시너지 기대
'젊은 총수' 이재용·정의선, 광폭 행보에 재계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최윤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두달 만에 다시 맞손을 잡으면서 재계에는 두 그룹이 만들어 낼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1, 2위 그룹 총수들이 불과 두달 만에 다시 만난 것도 관심거리지만 미래 먹거리가 될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 육성과 발전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현대차 미래차 기술과 삼성의 전장·5G·AI 기술력 결합 기대
21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양 사 경영진들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나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삼성SDI[006400]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뛰어넘어서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 것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세계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내놓은 '2025 전략'에서 제품군을 일반 자동차에서 개인용비행체(PAV), 로보틱스(로봇공학)로 확장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는 미래 구상을 발표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PAV가 30%, 로보틱스가 20%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UAM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며 우버와 손잡고 만든 PAV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PAV 제작을 넘어서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거점(Hub)이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UAM은 수직 이착륙하는 PAV를 이용해 도심 하늘길로 이동하는 서비스다. 환승거점은 UAM 이착륙장이며 PBV와 연결되는 구심점이다. PBV와 결합에 따라 환승거점은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재원 부사장을 영입하고 UAM 사업부도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개발을 본격화하며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인 로보틱스 신사업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5대 미래혁신 성장 분야로 로봇·인공지능(AI)을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첨단 부품업체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그룹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전장 부품 사업과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및 6G, 인공지능(AI) 분야는 현대차의 이러한 미래차 구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8월 미래 성장 산업인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최근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프린스턴대의 세바스찬 승 교수를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의 U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삼성의 AI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삼성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5G·6G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성공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삼성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에서도 현대차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중심의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2017년 전장 전문업체인 하만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뒤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열린 CES에서는 하만과 공동 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올해 초 CES에서는 한차원 진화한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IoT(사물인터넷)와 연결되는 사물들을 집안의 기기들과 모바일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확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2018년 자동차용 반도체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아우디의 신형 A4 차량에는 '엑시노스 오토8890'이 탑재됐다.
이는 차량 상태 제어,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원활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메인프로세스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전장 분야까지 확대해 상용화한 차량용 5G TCU(Telematics Control Unit, 차량용 통신 장비 상용화) 기술은 내년에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날 총수 회동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뇌부인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분 부회장과 강인엽 시스템LSI 사장이 참석한 것도 삼성과 현대차간 반도체 전장 부문 협력 방안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직접 삼성전기[009150] 부산사업장을 직접 찾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두 총수의 만남으로 앞으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삼성SDI와의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전기차 부문의 협력을 넘어서 현대차의 미래차 기술력과 삼성의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및 이동통신·AI·전장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두 총수가 차세대 모빌리티 육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양 사의 선진 기술 협력을 통해 차근차근 새로운 글로벌 표준(뉴노멀)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 대표 기업 '젊은 총수' 맞손에 재계도 관심
재계는 과거 경쟁 관계였던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관계 변화에도 주목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3세 경영인이면서 각각 1968년, 1970년도에 태어난 '젊은 총수'이다.
두 총수는 과거 이병철-정주영, 이건희-정몽구 시대를 거치며 생겼던 경쟁과 긴장 관계를 벗어나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재판에 이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까지 받으면서 4년 넘도록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 5월 정의선 부회장과의 '전고체 배터리' 회동을 시작으로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다녀오고, 국내 생산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위기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남양연구소 방문은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 SDI 공장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도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미래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는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으로 해석하고 있다.



약 2년 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그룹 총수들과 잇달아 회동하는 광폭 행보로 재계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시작으로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연속해서 만나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차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을 주도했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가 주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제조기업 대표로 참석해 전기차 전략을 소개하며 '그린 뉴딜'의 대표기업으로 각인시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급변, 언택트 경제의 확산,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등 최근의 경영 환경은 30년 전 '디지털 전환'을 뛰어넘는 산업계의 대격변을 불러오고 있다"며 "삼성과 현대차 두 총수의 만남으로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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