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1일 내놓은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가계의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말 기준 국가 전체의 부(富)인 국민순자산은 1경 6천622조원으로 전년 대비 1천58조원(6.8%) 증가했다. 자산증가분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851조1천억원으로 80%가 넘었다. 주거용 건물과 여기에 딸린 토지 가치를 모두 합친 주거용 부동산의 시가총액은 7.4% 늘어 5천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 토지 보유자와 비보유자 간 자산 격차가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에 턱걸이할 정도로 부진했고 물가 상승률이 0.4%, 은행의 가중평균금리가 2%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치 상승은 과도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의 근로 소득 증가가 정체된 상태에서 정책 수단을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양극화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날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가격 시세 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 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8천만원이었으나 28년이 지난 올해는 17억2천만원으로 15억4천만원이나 올랐다. 이 기간 전·월세 무주택자는 월세 지출과 금융비용으로 모두 7억7천원을 지출해야 했다.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격차도 두드러졌다. 28년 전 강남과 비강남권의 아파트 1채당 차액은 921만원에서 지금은 9억2천여만원으로 100배나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심화했다. 지금까지 22차례 대책을 내놨으나 부동산 불안의 근원인 서울 집값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서울지역 아파트(25평 기준) 가격은 8억4천만원에서 12억9천만원으로 53%(4억5천만원)나 올라 상승액 기준으로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1위였다. 대출에서 세제까지 수요 억제를 위해 온갖 정책을 동원했으나 아직은 전혀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자산 쏠림을 억제하고 이로 인한 양극화를 완화할 수단은 정책밖에 없다. 정책은 수요와 공급, 금융, 수도권의 인구 집중 억제 등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추진했던 보유세 강화를 통한 수요억제책을 지속하는 한편 여타 부문으로 시야를 넓혀 좀 더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우선은 서울 도심에서의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없애야 한다. 논란이 컸던 그린벨트 해제가 백지화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도심 용적률 완화, 국공립 시설용지 활용, 상업지구 내 주거용 건축 확대허용 등은 물론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수요자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느냐다. 많은 전문가는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꼽고 있으나 정부는 땅 주인, 집주인들의 재산만 불리고 주변 주택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도심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도심 정비사업이 빠진 방안으로 공급 불안을 불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값 불안의 근원인 유동성 과잉 문제에 대한 처방도 시급하다.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성 유동성이 1천조원, 2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이 3천조원을 넘었다. 이 돈이 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흐른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거품을 키우고 있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중의 단기 유동성을 일부라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펀드 조성,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허용, 이미 계획된 민간과 공공의 100조원 프로젝트 신속 추진 및 추가적 투자처 발굴 등을 주문했는데 이를 서두르기 바란다. 옵티머스 펀드나 라임 펀드 등의 환매 사태에서 드러난 혼탁한 사모펀드 시장을 정화해 자본시장으로 돈이 흐를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이제 뒤가 없는 절벽에 섰다. 정권의 후반기를 걸어야 할 국정의 최대 현안이 됐다. 앞으로 나올 대책은 더 이상의 추가 대책이 불필요한 최고, 최선의 방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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