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약사 개발 동력 떨어져' vs '우선판매권 취지 살려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위탁 제조 복제약(제네릭의약품)은 우선판매품목허가권(우선판매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놨다. 최초 복제약에 대한 우선판매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조치가 국내 복제약 개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할지 걸림돌이 될지 주목된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국내 복제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5월부터 구성·운영된 '제네릭의약품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판매권은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깬 복제약에 주는 혜택으로, 9개월 동안 시장에 다른 복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다. 제약업체들에 특허 도전을 통한 복제약 개발 동기를 불어넣기 위해 도입됐다.
하나의 제조소에서 위탁생산되는 여러 제약사의 복제약은 제품명만 다를 뿐 제조소와 원료, 제조 방법, 복제약과 오리지널의약품 사이 효능·효과를 비교하는 생동 자료 및 품질 등이 동일한 품목이다.
이렇다 보니 여러 개발사가 같은 복제약에 대해 공동으로 특허소송을 진행해 우선판매권을 나눠 가지는 바람에 '무더기 우선판매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 복제약의 난립 문제도 있었다. 2018년 고혈압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검출됐는데, 해당 성분이 함유돼 판매가 중지된 고혈압약은 영국 5개, 미국 10개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74개에 달했다.
이에 식약처는 오리지널의약품의 등재특허 도전에 성공해 시장 진입을 앞당긴 최초의 복제약 개발업체에만 9개월간 다른 제품에 우선해 판매할 기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위탁제조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우선판매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위탁 제조한 복제약의 우선판매권을 배제한 이상, 중소제약사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 설비와 자금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의 경우 복제약을 위탁 제조해 시장진입을 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판매권을 받을 길이 좁아진 상황에선 복제약 개발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관측이다.
또 수탁 제조업체 관계자는 개발과 제조 역량을 갖춘 대형 수탁사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탁 업체들도 최대 7∼8곳씩 모여 공동으로 특허 소송을 진행했는데, 이들 업체가 우선판매권을 서로 획득하겠다고 경쟁할 경우 대형 수탁사의 복제약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의 복제약 품질 강화 취지와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제약업계의 개발 및 생산 동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한에서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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