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단체 선거 추가 연기 촉구…여론조사 선두 후보는 반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대통령 선거를 한 차례 더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 시민단체인 국가시민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속에 선거를 강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오는 9월 6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성명에서 "9월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하는 시점으로 다시 선거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엔 볼리비아 국가과학위원회가 선거관리당국에 서한을 보내 선거 연기를 촉구했다.
의사 등 과학자들은 선거를 치르려면 볼리비아의 코로나19 감염 곡선이 최소 14일 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볼리비아 대선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이 부정 시비 속에 무효가 됨에 따라 다시 치러지는 선거다.
당초 지난 5월 3일로 예정됐다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9월 6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지금 볼리비아의 코로나19 상황은 5월보다 훨씬 악화했다.
지난 19일에만 일일 최고 기록인 2천3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확산세가 더 가팔라졌다. 현재 누적 확진자는 6만991명, 사망자는 2천218명이다.
대선 후보이기도 한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과 주요 각료들을 비롯해 정부 내 확진자도 속출하고 있고, 코차밤바 등 지방에선 미처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거리에 방치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선에 출마한 8개 정당 중 6개 정당이 대선 연기에 찬성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선두 후보인 루이스 아르세 전 경제장관의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끌던 MAS는 우파 임시 정부가 코로나19 핑계로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여러 나라가 보건 지침을 준수하면서 코로나19 속에서도 선거를 치렀다"며 볼리비아엔 선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