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이라크 현장 인력 귀국하는데…남는 '필수인력' 어쩌나

입력 2020-07-22 08:56   수정 2020-07-22 08:57

코로나로 이라크 현장 인력 귀국하는데…남는 '필수인력' 어쩌나
카르발라 파견 직원 가족 청와대 청원…"다 데려와 달라"
건설사들 "직원과 가족 불안감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이라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현지 건설 현장에 투입된 한국인 직원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귀국 희망자를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획이지만, 건설업체들이 현장 관리를 위해 필수인력은 현지에 남겨야 해 이들과 이들 가족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120㎞ 지점에 있는 카르발라에는 한국 건설업체들이 수주한 원유정제시설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현장에는 현재 한국인 근로자 500여명이 체류 중이다.

이들은 모두 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006360], SK건설 등 한국의 4개 건설사가 설립한 조인트벤처(JV)와 하도급 협력업체 소속이다.
카르발라 현장에서는 지난 9일 외국인 근로자가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JV는 공사 현장을 긴급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숙소에 자가격리 조치했다.
그러나 이틀 뒤 한국인 직원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졌다.
이런 우려는 지난 15일 항공편으로 귀국한 카르발라 현장 근무자 105명 중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현실이 됐다.
카르발라 현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7일 이라크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를 전세기로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귀국 희망자 파악에 나섰다.
카르발라 근무자 중 귀국 희망자는 현재 3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JV 관계자는 "귀국 희망자 신청을 받는 중이어서 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 관리를 위해 필수인력을 일부 남겨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귀국 희망자 재조사해주세요. 이라크 건설 현장에 남편이 있는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천5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귀국 희망하는 국민은 모두 데려오겠다는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남편과 직원들 말에 의하면 다음에 가라고 했단다. 2차, 3차 대기자만 분류해 놓고 기약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희망자가 있는데 못 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다 데려와 달라. 그들(현지 직원)은 지금도 공포에 떨며 전세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도 시간시간 초 단위가 미치도록 힘들다"고 호소했다.
진단키트가 부족하고 증상이 나와도 기다린 뒤 심해지면 이라크 병원으로 보내는 상황이라고도 썼다.
카르발라 현장 근무자의 지인도 "조단위 계약이라 현장을 버릴 수 없다며 일부 인력은 끝까지 남으라고 했다고 한다. 현장에 환자들이 많아 환자 돌보느라 정신이 없고 현장 직원들이 많이 불안해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
JV 측은 현장 유지를 위한 필수인력은 최소한으로 남길 계획이라면서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필수인력이 귀국을 희망할 경우 대처방안에 대해 JV 측은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해 직원과 가족의 불안감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며 "상세 내용은 협의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진단키트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수천개를 투입해 한국인 직원이 5∼6번 검사를 받을 정도로 충분하다. 부족하면 또 투입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JV 관계자는 "현장에는 의사 3명, 간호사 9명 등 의료인력이 상주하고 있고 캠프 내 격리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직원이 해를 입지 않고, 직원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7조원 규모의 카르발라 현장을 포기할 수 없어 관리 인력을 남겨야 하는 JV 상황도 이해가 되고, 의료환경이 열악한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들 심정도 충분히 이해된다. JV가 직원 건강을 우선으로 고려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외교부 등과 함께 정부 주도 항공편으로 희망자를 귀국시키고, 귀국 뒤 격리방안 등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현지에 남은 인력에 대한 지원 방안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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