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출범 13년만에 문 닫나…1천600명 실직 우려 현실화(종합)

입력 2020-07-23 15:30  

이스타항공 출범 13년만에 문 닫나…1천600명 실직 우려 현실화(종합)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제3의 인수자 나타날 가능성 희박
이상직은 전날 라디오에서 "지자체·도민, 이스타 살리기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이 23일 끝내 이스타항공과의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하면서 전북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기업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스타항공 직원 1천600여명이 무더기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LCC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대기업이 국내 항공시장을 독식하던 2007년, '무모한 짓'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국민을 위해 항공의 독과점을 깨고 저비용 항공시대를 열겠다는 열정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이스타항공은 2014년까지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새만금관광개발은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KIC그룹의 계열사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았으나 19대 국회의원(2012∼2016년)을 지내는 동안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넘겼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6∼2018년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을 다시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가 이번에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자본금 3천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수개월 뒤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여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설립 당시 아들은 10대, 딸은 20대였다.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에서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이어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가 이달 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1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스타항공의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한 경로 등을 놓고 페이퍼컴퍼니 논란과 불법 승계 의혹까지 불거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하며 경영난이 악화했지만 사실 이스타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이스타항공이 2012년 4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항공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84억원과 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1회계연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206억원 초과해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계속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회계법인은 정상적인 항공기 리스 거래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고도 했다.
2017년 3월 제출된 2016년 말 기준 이스타홀딩스의 감사보고서에서는 회사가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 등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감사 의견을 거절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최신 기종인 B737 맥스 항공기를 도입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지만, 해외에서 잇따른 추락 사고로 작년 3월부터 B737 맥스가 운항을 중단하며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 여행 거부 운동 확산과 환율 상승 등 악재에 유가가 들썩이며 경영난에 시달린 탓에 결국 작년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천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 무산으로 자력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 관리에 돌입해도 기업 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크다.
이번 M&A 과정에서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데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천600명은 그동안 인수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에도 동의하며 고통을 분담하려고 했지만 끝내 대량 실직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상직 의원은 전날 KBS전주 라디오에 출연해 "임직원이 사즉생 각오로 똘똘 뭉치고 지방자치단체와 도민이 향토기업인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의 LCC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LCC 지원 3천억원은 티웨이항공이나 에어부산 등에 지원하고 있어 이스타항공을 지원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제주항공이 힘들면) 플랜B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직접 이스타항공 M&A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분 헌납 발표는 이 의원의 입장문을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파산을 막기 위해 전북도의 자금 지원, 제3 투자자 유치, 국내선 운항 재개와 순환 무급 휴직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북도는 "아직 구체적으로 지원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현재 '셧다운'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된 만큼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려면 국토부에 최소 3주 전에 갱신을 요청해야 한다. 이 역시 조업료와 정유비 등에 300억원가량이 들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이 계약 해제 책임을 제주항공에 돌리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법정 관리 돌입이나 투자자 유치에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법정 관리에 돌입해야 채무가 동결되거나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소송전으로 가게 되면 미지급금은 더 쌓이고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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