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동등 보복이 중국 원칙…중국 내 美영사관 폐쇄 검토"
환구시보 총편집인 "우한 이외 다른 영사관에 보복 가능성"
SCMP "전략적으로 중요한 청두 총영사관 폐쇄 유력"
(베이징·홍콩·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안승섭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전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중국이 어떤 카드로 맞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1일 미국이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함에 따라 다양한 보복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국들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 같은 방식과 같은 수준으로 대응해왔다.
한 소식통은 "중국 외교의 원칙은 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준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중국 총영사관이 문을 닫게 된다면 중국 내 미국 영사관도 그 보복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은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의 폐쇄 시점에 맞춰 중국 내 미국 총영사관 1곳을 폐쇄하는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한(武漢)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은 중국의 코로나19 발병 당시 인원이 철수했다가 다시 복귀하려 하는 과정에서 미중간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들 인원의 우한 복귀 과정에서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서 핵산 검사를 할 경우 자국민의 유전자 등 개인 정보가 넘어가 안된다며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環球時報) 총편집인은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로이터 보도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면서 "중국은 우한 이외의 다른 영사관을 상대로 보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후시진은 "우한 영사관은 이미 미국의 철수가 준비된 곳이라 중국이 휴스턴에서 떠나는 것과는 피해의 차원이 다르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생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 총편집인은 우한 영사관보다 규모가 큰 홍콩 총영사관의 인력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은 홍콩 총영사관에 1천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며 "이 많은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 분명히 스파이 센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원 규모를 100∼200명 선으로 삭감하는 안이 중국이 가진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 총편집인은 "홍콩 총영사관을 폐쇄하지 않더라도 그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게한다면 미국은 매우 아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후 총편집인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사전에 대신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국 정부가 홍콩 총영사관 인력 추방을 포함, 우한 미 영사관 폐쇄보다 미국에 더 큰 고통을 야기할 행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매체들도 또 다른 미중 갈등을 유발하는 홍콩에서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미국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부터 시작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강력히 반대하며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까지 박탈하며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는 미국 영사관이 5곳이나 있지만, 홍콩의 경우 유일한 미국 영사관이 폐쇄될 경우 홍콩의 경제 및 금융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어 중국 정부로선 이 카드에는 신중할 가능성이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중국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미국의 중국 주재 영사관 폐쇄 대상지로 홍콩 총영사관을 꼽는 응답자들이 과반으로 압도적이었으며 광저우(廣州), 청두(成都)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미중 양국은 코로나19 확산 책임론부터 남중국해 영토 분쟁,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인권 문제, 대만 문제, 화웨이 제재 등 전방위로 격돌하고 있어 중국이 또 다른 개별적인 보복으로 미국의 허를 찌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제시평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강 대국의 체통을 포기했다면서 최근 중국에 대한 압박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중국을 괴롭히고 화웨이 등 중국 첨단 기업을 압박하며 각종 국제기구까지 탈퇴하는 걸 보면 미국은 내정이나 외교 모두 세계 최강 대국으로서 체통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미국의 냉전 사고는 현재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방하는 미국 정치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남서부 지역에 있는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청두 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열었으며,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미국이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갖는 티베트 지역을 관할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청두 총영사관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 당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이 보시라이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 이때 왕리쥔은 미국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보시라이의 범죄 증거를 제시했다고 한다.
중국과 미국은 왕리쥔의 청두 총영사관 진입 후 신병 인도 문제를 두고 충돌을 빚었지만, 결국 그의 망명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왕리쥔은 30시간 만에 청두 총영사관을 나와야만 했다.
이후 왕리쥔은 부패 혐의 등으로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시 주석의 정적으로 평가받던 보시라이도 낙마해 부패, 권력 남용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중국 본토에서 광저우, 상하이, 선양, 청두, 우한 등 5곳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으며, 홍콩에 홍콩과 마카오를 관할하는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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