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과학자 3년간 전 세계 371개 해역 조사·1만8천시간 촬영
생태계·경제에 중요한 역할…보호구역·포획제한 필요
연구 결과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실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인간들의 남획으로 일부 해역에서는 개체수가 사라져 '기능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능적 멸종은 해당 종이 생태계에서 멸종 수준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를 뜻한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를 포함한 12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6개 연구팀은 2015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년간 전 세계 58개국 371곳의 산호초 해역을 촬영한 결과 무려 19% 해역에서 상어가 멸종 상태였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를 위해 촬영된 1만8천시간 분량의 영상을 보면 산호초 해역의 69곳(19%)에서는 상어가 3마리만 나타나 '기능적 멸종' 판정을 받았다.
상어가 기능적 멸종에 이른 국가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서인도제도, 케냐, 베트남, 앤틸리스제도, 카타르 등이며, 58개국 중 34개국에서는 상어 숫자가 예상치의 절반 수준만 발견됐다.
관찰된 상어는 총 59종이었으며, 이들의 90%는 산호초에 서식하거나 자주 지나다니는 종들이었다.
호주 제임스쿡대의 콜린 심펜도퍼 교수는 "(조사 결과가) 상어가 실제로 없음을 뜻하진 않지만, 상어가 (특정 지역에서) 기능적 멸종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주와 바하마, 미크로네시아연방,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몰디브, 미국에서는 다수의 상어가 촬영됐다. 특히,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대산호초) 인근에서는 가장 많은 상어가 나타났다.
AIMS는 정부 관리가 부재하거나 인구가 많은 국가 주변 해역에서 상어 개체 수가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어의 개체 수 감소는 이미 기후변화로 타격받은 산호초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지역경제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총생산(GDP)의 8%를 상어 관광으로 얻는 팔라우의 경제는 상어 개체 수 감소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캐나다 댈하우지대의 에런 맥네일 교수는 "주낙(긴 낚싯줄에 낚시를 여러 개 매단 어획 도구)과 자망(수족 자원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쳐 놓은 그물) 등 특정 낚시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어획량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MS의 마크 미칸 박사는 "연구 결과가 비관적이지만 아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남획을 멈추고 어장관리를 위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면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0년간 상어 포획을 금지해온 바하마에서는 상어 개체 수가 잘 보존됐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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