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장 2호 홍수' 우한 일대 곧 닥쳐…범람 가능성 촉각
후베이·안후이 곳곳 침수…싼샤댐은 수위 낮추려 집중 방류 중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하늘에서 내려다본 중국 창장(長江)은 온통 황톳빛으로 변한 채 하류인 동쪽 방향을 향해 맹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6월 이후 남부 지역에 계속된 폭우로 중국이 1998년 후 20여년 만에 닥친 최악의 홍수에 신음 중인 가운데 22일 창장 중·하류 곳곳이 누런 흙탕물에 잠겨 있었다.
싼샤댐 현장 취재를 마치고 22일 오후 후베이성 이창(宜昌)을 출발해 상하이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여객기는 중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장의 물줄기를 따라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싼샤댐에서 200여㎞ 동쪽에 있는 후베이성 성도이자 인구 1천만의 대도시인 우한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우한시를 관통하는 창장에서는 이미 강물이 둔치를 가득 채우고 제방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23일 오전 8시 기준 우한 한커우(漢口) 지역의 수위는 28.51m. 경계 수위를 이미 1.21m 넘었다.
며칠 전 싼샤댐이 밑으로 흘려보낸 '창장 2호 홍수'가 이날부터 우한 일대를 통과한다. 우한시는 범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한을 지나 하류로 내려갈수록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아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창장 일대는 거대하게 굽이쳐 흐르는 강의 본류와 무수한 지류, 많은 내륙 호수들이 실핏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누렇게 변한 강물 위에서 컨테이너와 모래 같은 화물을 실은 배들이 여전히 쉴 새 없이 창장 위아래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창장과 호수 주변 곳곳에서 물에 잠긴 농경지와 주택 등 건물을 찾아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최근 수해 피해가 극심해진 안후이성 관내에 접어들자 강 주변의 침수 지역이 특히 눈에 자주 들어왔다.
최근 들어 안후이성 곳곳의 수해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2일에는 루장(廬江)의 하천 제방이 무너져 70m가 넘는 제방이 휩쓸려갔다.
지난 19일 안후이성 당국이 하류 대도시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으려고 창장의 지류인 추허강 농촌 지역의 제방을 폭파해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1998년 대홍수 때 이래로 쓰인 적이 없었다.
중국 응급관리부에 따르면 6월 이래로 안후이·후베이성 등 중국 27개 성·시·자치구에서 4천500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142명이 사망·실종했다. 집 3만5천채가 붕괴하는 등 직접 경제 손실액도 1천160억5천만위안(약 19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동쪽으로 나아가자 창장 하류의 초대형 호수인 타이후(太湖)가 내려다보였다.
쑤저우(蘇州)·우시(無錫) 등 창장삼각주의 여러 대도시와 맞닿은 타이후의 수위도 23일 현재 '안전 보장 수위'인 4.77m를 0.12m 초과한 상태다.
이 일대도 마찬가지로 향후 이 지역 강수량과 창장 상류 지역에서 밀려오는 물의 양에 따라 대규모 범람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초긴장 상태다. 중국에서는 장마철이 끝나는 8월 초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천꾸이야(陳桂亞) 창장수리위원회 연구원은 후베이일보에 "7월 말부터 8월 상순까지는 창장 홍수 대응의 관건 시기"라며 "앞으로 창장 상류에 또 홍수가 발생할 수 있어 창장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창장 하류 끝에는 인구 2천400만명의 거대 도시이자 중국 경제의 심장인 상하이(上海)가 있다.
이런 가운데 싼샤댐은 추후 상류 지역에 닥칠지 모를 추가 홍수에 대비하고자 계속 대량의 물을 하류로 내려보내고 있다.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현재 싼샤댐은 초당 4만3천㎥의 물을 쏟아내고 있다. 유량은 초당 3만1천㎥인데 이보다 더 많은 물을 쏟아내 수위를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싼샤댐 수위는 161.04m까지 내려갔다.
중국 수리부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서 "하류 지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싼샤댐의 수위를 조속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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