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동맹으로 불리는 나라들' 칭하며 "연체된 수백억달러 지불토록 하고있어"
한미 방위비 협상 표류 속 주독미군 감축 반대한 당내 반대파 반격 과정서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동맹들을 '이른바 동맹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라들'이라고 칭하며 미국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독미군 감축 방침에 반대한 '당내 반대파'에 반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으로, 동맹들을 대상으로 거듭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선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거론, "리즈 체니는 단지 내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우리 나라를 터무니없고 비용이 많이 드는 끝없는 전쟁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빼내온 것 때문에 언짢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또한 우리의 '이른바 동맹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연체된 군사 비용 수백억달러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들은 적어도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체니 하원의원을 비판한 랜드 폴 상원의원의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폴 상원의원은 트윗에서 끝없는 전쟁을 중단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참해야 한다며 체니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병력 철수를 막기 위한 싸움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및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병력 철수 계획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전했다. 그는 백악관의 집단공격을 받았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공개적으로 엄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지난 대선 때 '끝없는 전쟁의 종식'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래 해외 주둔 병력을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수많은 나라가 우리를 벗겨 먹고 있고 동맹들이 더하다"는 기존 주장의 연장 선상에서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표류하는 가운데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감축론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이날 한국 등 특정 국가를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선거 유세에서 "여러 나라에서 병력을 빼는 것은 그들이 우리를 적절하게 대우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독일이 그 사례"라고 주독미군 감축을 거론한 뒤 "왜냐면 그들은 오랫동안 돈을 갚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야 하는 돈을 내지 않고 있다"고 감축 방침의 배경으로 방위비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주한미군 감축론과 관련, 의회 등 미 조야에서 반대가 분출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대선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돼온 상황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전 세계에서 병력의 최적화를 위한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전날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에스퍼 장관의 언급을 거론하며 "그(에스퍼 장관)는 대통령에게 어떠한 권고안도, 감축을 위한 특정한 제안을 제시하지도 않았음을 꽤 강조했다"며 WSJ 보도를 사실상 부인하며 감축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 해결' 및 '향후 75년간 동맹의 지속가능한 토대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논의'를 당면 과제로 꼽은 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지역 내 상당한 규모의 주둔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안보 이익을 강력하게 증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위비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지난 3월 말께 한국이 현재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무려 50% 가까운 인상안인 13억달러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