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중국, 美 영사관 폐쇄요구에 '동등 보복' 맞불

입력 2020-07-24 14:19   수정 2020-07-24 16:15

'눈에는 눈' 중국, 美 영사관 폐쇄요구에 '동등 보복' 맞불
청두 美영사관은 신장 문제·보시라이 사건으로 민감한 곳
영사관 추가 폐쇄 가능성…남중국해 등 갈등 현안 산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하자 중국이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며 맞불을 놨다.
이는 사실상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미중간 보복전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앞으로 더욱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영사관 폐쇄는 국교 단절 직전 단계에서 벌어지는 외교적 조치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맞물리면서 미중 관계가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크다.

◇ 미중 갈등 가열…양보 없는 '동등 보복'으로 맞대응
이번 미중 영사관 상호 폐쇄 사태는 미국이 먼저 칼을 빼들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 21일 중국에 72시간 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1979년 중국이 미국에 처음 개설한 영사관이라 중국에 큰 충격을 줬다.
미중 수교 후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휴스턴을 방문해 미국 개척 시대의 문화적 상징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미중 우호를 과시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인의 지식재산권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미국 내정에 간섭하는 모종의 활동을 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휴스턴 총영사관에서는 미국 측의 통보를 받고 곧바로 기밀문서 소각 작업에 나서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동등 보복'을 천명했던 중국 또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당초 우한(武漢)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가 거론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직원들이 철수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 측은 이곳의 폐쇄로 얻는 효과가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폐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홍콩의 금융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가뜩이나 민감한 홍콩에서 일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 왜 청두인가…"신장 문제 등 민감 현안 많은 지역"
그렇다면 중국이 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맞대응 카드로 내놨을까.
이는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민감한 현안을 많이 다루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두 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열었다.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신장 지역을 관할해 미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 당시 미중간 충돌이 벌어진 장소다.

당시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이 보시라이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 이때 왕리쥔은 미국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보시라이의 범죄 증거를 제시했다고 한다.
중국과 미국은 왕리쥔의 청두 총영사관 진입 후 신병 인도 문제를 두고 충돌을 빚었다. 결국 그의 망명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왕리쥔은 30시간 만에 청두 총영사관을 나와야만 했다.
이후 왕리쥔은 부패 혐의 등으로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시 주석의 정적으로 평가받던 보시라이도 낙마해 부패, 권력 남용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사실상 신장 문제 등 중국을 찌르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더구나 보시라이 사건으로 이곳이 중국엔 눈엣가시였다"고 말했다.

◇미중 보복 가열에 영사관 추가 폐쇄 가능성까지
문제는 미중간에 난타전에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에 대해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 요구에 이어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 조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두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3일(현지시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과 관련,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중국 또한 미국이 추가적인 제재에 나올 경우 동등한 수준의 보복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環球時報) 총편집인은 미국에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줘야 한다는 입장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외교의 원칙은 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준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중국 총영사관이 추가로 문을 닫게 된다면 중국 내 미국 영사관도 그 보복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 양국은 코로나19 확산 책임론부터 남중국해 영토 분쟁, 신장 자치구 인권 문제, 대만 문제, 화웨이 제재 등 전방위로 격돌하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보복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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