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이사회, 배임 문제로 선지급안 '브레이크'
투자자는 100% 보상 요구…분쟁조정·소송 본격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원희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최대 판매사 이사회가 가입자에게 투자금 일부를 미리 돌려주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열린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이사진 다수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가입 고객을 상대로 한 긴급 유동성 선지원 안건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에 유동자금을 맡겼다가 환매 중단으로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선지원하는 방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법적 귀책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 일부를 선지급할 경우 배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사진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이사는 예상되는 지급액 규모가 커 배임죄 면책 사유로 참작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옵티머스운용이 운용한 46개 펀드 5천151억원이 환매 중단됐거나 환매가 어려운 상태다. 이중 NH투자증권의 판매액은 4천327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판매액의 절반만 선지원 한다 해도 지급액이 2천억원을 웃돌아 회사의 부담이 큰 점을 이사진이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의 선지급안 결정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신청과 함께 조만간 소송 제기 등 법적구제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설명을 믿고 가입했는데, 실제로는 사실과 전혀 다르게 운용된 사기성 상품임이 드러났다며 100%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현장검사를 통해 부정 거래, 펀드 자금 횡령, 펀드 돌려막기 등을 적발했다는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 제안서에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직·간접 투자하는 것으로 기재했으나 공공기관 매출 채권 투자는 전무했다.
대신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원 등이 관리하는 기업의 사모사채를 편입했고 복잡한 자금 이체 과정을 거쳐 부동산, 상장·비상장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PF 사업에 대출도 해줬다.
지난 17일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총 69건으로, 모두 NH투자 고객이 낸 건이다.
한편 다른 일부 판매사와 고객 사이에선 소송전이 이미 본격화했다.
앞서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치엘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상대로 3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투자액 70%를 이미 선지급한 한국투자증권은 지급액을 최대 100%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투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자산실사가 종료되는 9월 중 지급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한투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은 287억원으로, NH투자증권 판매액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경우 판매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배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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