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3천명, 적발 금액은 8천800억원입니다. 전체 보험사기는 이보다 몇배 규모로 각 가정이 매년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입니다. 주요 보험사는 갈수록 용의주도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U 보험조사 파일]은 SIU가 현장에서 파헤친 보험사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보험사기라면 흔히 거액을 노린 한탕주의 잔혹극이나 여러명이 공모한 치밀한 범죄행각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허술한 수법에 보험사가 오랫동안 당하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40세 남성 A씨는 약 3년간 대형 보험사를 속여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수천만원을 타간 혐의로 경찰 수사를 거쳐 올해 5월 서울북부지검에 넘겨졌다.
A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치료를 받으면 입원은 1회당 5천만원까지, 외래진료는 1회당 25만원까지 실제 납부한 치료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2011년 5월부터 A씨는 꾸준히 보험을 이용했다.
A씨는 버거병(버거씨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30대 젊은 나이에 자주 병원을 이용해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폐쇄혈전혈관염으로 불리는 버거병은 팔 또는 다리 동맥이 막혀 통증을 유발하며 심하면 조직이 괴사하는 병이다.
작년 8월 A씨가 보험금을 달라며 제출한 열츨치 진료 영수증 사본을 본 보험사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영수증 숫자의 간격이 일치하지 않고 위아래 줄 숫자가 나란히 찍혀 있지 않은 등을 의심스럽게 여긴 보상 부서는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에 조사를 요구했다.
서류를 검토한 조사원은 A씨가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영수증을 위조했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 확인서와 의사 소견서 등을 요청했다.
A씨는 태연하게 수긍하고는 이튿날 서류를 보냈지만 보낸 서류는 위조 확신만 더해줄 뿐이었다. 양식이 조악하고 병원 직인도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보험사가 다른 환자로부터 받은 같은 병원의 진료 확인서와도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추가 조사를 거쳐 보험사기 확신을 굳힌 보험사는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이 A씨가 제출한 열흘치 영수증에 나온 병원의 진료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확인한 결과 영수증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가짜 영수증을 제출해 타간 보험금은 해당 병원 1곳에서만 191회 진료비 총 4천800만원에 달했다.
다른 병원 자료까지 조회했다면 사기 액수는 더 많았을 수도 있다.
보험사는 A씨의 사기가 최근 2∼3년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실손보험이 마치 현금지급기(ATM)인양 월평균 150만원을 챙긴 셈이다.
피해 보험사 관계자는 25일 "A씨는 소액 외래진료 보험금 청구의 경우 영수증만 제출하면 보험사가 심층적으로 심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장기간 허위 청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의료급여 수급자로 파악됐다. 형편이 넉넉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A씨 사건은 일종의 생계형 보험사기로 보인다"면서도, "보험사기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사기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결국 전체 소비자의 부담을 계속 키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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