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명에 대한 모욕" vs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 드러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가 이스탄불 성소피아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전환을 둘러싸고 날 선 비난을 주고받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성소피아에서 86년 만에 금요 기도회가 열린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탄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강인함이 아닌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 유산으로서 성소피아의 광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히 우리 정교회 신자들에게 성소피아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마음속에 있다. 그곳은 우리 심장을 뛰게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터키를 '말썽을 일으키는 국가'로 지칭하면서 이번 일을 "21세기 문명에 대한 모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그리스 전역의 교회에서는 일제히 애도의 종이 울렸고, 일부 시위대는 터키 국기를 불태우며 반감을 표시했다.
그리스 측의 반응에 대해 터키 외무부도 25일 성명을 내어 "그리스가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대응을 핑계로 다시 한번 이슬람과 터키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고 맞받아쳤다.
터키 외무부는 그리스 정부와 의회가 줄줄이 비난 성명을 내어 대중의 반터키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는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정복 이후 모스크로 쓰이다가 1934년 터키공화국 건국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명으로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고조돼온 모스크 전환 움직임 속에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지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을 취소했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즉시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적인 앙숙으로 꼽히는 그리스와 터키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키프로스 분단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줄곧 으러렁대왔다.
이 와중에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이라는 종교적 이슈까지 더해지며 당분간 양국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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