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사 정치 아닌 생존…반정부운동 동력 더욱 약해져
마두로, 야당·반체제 인사 탄압도 강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더욱 깊어졌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겐 팬데믹이 악재만은 아닌 듯하다.
안팎의 퇴진 압력을 받던 마두로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국가 장악력을 키웠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엔 현재까지 1만5천988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4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정부가 밝힌 통계수치가 이 정도일 뿐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제재 등으로 악화한 연료난 속에 국민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강력한 봉쇄조치와 감염 우려로 외출이 제한되고, 생존하는 것이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지난해 베네수엘라 거리를 달궜던 반정부 시위는 자취를 감췄다.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해 1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탄력을 받은 마두로 퇴진 운동은 군사봉기 실패 등으로 조금씩 동력이 약해지다 코로나19를 만나 더욱 힘을 잃었다.
야권 지지자인 프란시스코 마토는 AP에 "가족을 위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데 신경써야 한다"며 "정치는 너무 먼 일"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시위대를 이끌던 과이도 의장에겐 이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소셜미디어 정도뿐인데 그마저도 호응이 약해졌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매일 밤 국영 TV에 나와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며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것은 자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방역을 명분으로 국민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도 일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언론인과 의사를 포함해 올해에만 281명의 정치범들이 체포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재판정에 변호인 입회를 막기도 했다.
오는 12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 주도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작업도 이어갔다.
국회를 무시한 채 선거관리위원회를 자체 구성하고 주요 야당 3곳의 지도부를 해산시켰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중남미사무소의 제프 램지는 AP에 "여러 면에서 팬데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저주보다는 축복이었다"며 "마두로는 지난 18개월 중 어느 때보다도 지금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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