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무책임" 평가하며 과감한 조치 촉구…주한미군 감축 논리 활용 여부 관심
"미군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 요구 줄고 전작권 전환으로 한국 자신감 강화 가정"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 육군 산하 연구소가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전진 배치된 미군이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에 집중돼 있어 중국과의 초경쟁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병력 최적화를 위한 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미 육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연구소가 이러한 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 규모 및 성격에 변화를 주는 논리로 기능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미 육군대학원 부설 전략문제연구소(SSI)는 '육군의 탈바꿈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 전구의 설계'를 제목으로 한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초경쟁에 맞는 전구(戰區) 설계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육군을 포함해 미군은 창의적이고 공격적이고 변모하고 있는 중국과의 초경쟁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물리적으로 미국의 역내 지역적 태세는 동북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두 번째 한국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한 배치"라면서 "이런 태세는 점점 유능해지고 변모하는 중국과의 효율적 초경쟁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아 지역의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시설에 전진배치된 미군을 집중시키는 것은 전략적으로 무책임하다"면서 "대부분의 전진배치 미군 병력이 중국의 재래식 탄도·순항 미사일 등의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연구에 동원된 가정(假定)을 설명하면서 그 중 하나로 "이번 연구는 한국이 재래식 지상 방어에 더 큰 책임을 갖고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공약이 유지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지속된다는 걸 가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 병력을 상대로 대규모 지상전을 위한 비상사태 요구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전시작전권 전환 및 한국군 현대화를 향한 진전이 한국의 자신감을 키울 것이라는 것을 가정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의 역량을 빠르게 확충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실패나 패배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향은 미국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없으면 계속될 것이라며 신속한 변화를 촉구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제시된 관점이 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마크 에스퍼 현 국방장관이 육군장관이던 2018년 연구를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의 논리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 및 임무 변화를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21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지시를 내린 적 없다면서도 전세계 미군 병력 최적화를 위한 검토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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