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명맥 유지…오전 방송분은 계속
일부 학부모 "온라인은 감시노력 필요" 불만
제작진 "조회수 좇다 진짜 중요한 것 놓칠 수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영국에서 48년 동안 어린이들의 오후를 책임져온 뉴스 프로그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8일(현지시간)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뉴스라운드'를 편성표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해달라는 BBC방송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라운드는 BBC의 어린이 채널 'CBeebies'에서 오후에 방영되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오프콤은 "어린이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다"고 원인을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봉쇄조치 이후에도 TV 시청자 수는 감소하는 반면 BBC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아이플레이어(iPlayer) 조회 수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에 550만명에 달했던 뉴스라운드의 시청자 수는 지난 4월과 5월에 2만2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프콤은 "BBC가 온라인으로 어린이용 콘텐츠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어린이들이 BBC를 시청하지 않게 되면 수신료 지원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라운드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뉴스라운드야말로 '피난처'라면서 아이들이 뉴스라운드를 TV로 시청할 때는 감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인터넷으로 볼 때는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에서도 아쉬운 소리가 들렸다.
뉴스라운드 제작에 10년간 참여해온 리키 볼레토는 "뉴스라운드를 폐지하면 얻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마땅한 답변을 떠올리지 못했다"면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조회 수만 좇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뉴스라운드는 온라인으로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BBC가 어린이 뉴스를 오전에만 방영하게 되면서, 연간 어린이 뉴스 프로그램 편성시간은 85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었다.
BBC가 뉴스라운드를 폐지할 계획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1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BBC는 어린이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온라인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예산 문제 때문에 뉴스라운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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