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내에 데이터 저장센터·대표 사무실 설치 의무화
정부가 이용자 데이터 입수 쉬워져…표현의 자유 제약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의회가 29일(현지시간)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터키에서 영업하는 주요 소셜 미디어 업체는 반드시 터키에 대표 사무실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부과, 광고 금지, 사용 가능한 통신 대역폭 축소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대역폭 규제의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1차로 50% 축소되며, 이후에도 대표 사무실을 두지 않을 경우 2차로 90%까지 축소된다. 이 경우 해당 소셜 미디어의 구동 속도가 대폭 감소하게 된다.
대표 사무실은 사생활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에 48시간 내 응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아울러 새 법안은 소셜 미디어 업체들에 이용자 데이터도 터키 국내에 저장하도록 요구했다.
터키 정부는 사이버 범죄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새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루메이사 카닥 의원은 "이 법안은 사이버 폭력과 여성에 대한 모욕이 담긴 게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미 언론이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고, 수십 명의 언론인이 수감돼 있는 나라에서 이 법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 업체의 데이터 센터가 터키 국내에 존재할 경우 정부가 이용자 정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으며, 대표 사무실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터키 NGO인 '표현의 자유 협회'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40만8천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접속이 금지돼 있다.
또 터키 정보통신기술청은 2017년 4월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인 위키피디아의 게시물과 댓글이 테러조직과 연관됐다며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터키 헌법재판소가 위키피디아 접속 차단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기까지 약 2년 6개월간 터키에서 위키피디아 접속이 차단된 바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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