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회는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전·월세 계약이 종료되면 집주인이나 직계가족 실거주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소 4년을 보장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한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묶고 이 틀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 집주인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 계약할 때마다 을(乙)의 위치에서 가슴 졸였던 무주택 세입자들의 권리가 대폭 강화됐다. 임대차 3법 가운데 나머지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와 여당의 숙원이었던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제도 개혁이 완성된다. 지난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40년 만에 전·월세 제도가 환골탈태의 대변혁을 맞은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제도의 시행으로 일시적 혼란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870여만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임대차 시장은 매우 불안하다. 아파트 전셋값은 56주째 상승하고 있고, 새 제도 시행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세 물건이 극심한 품귀를 빚고 있다. 임대료와 계약 기간을 놓고 집주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깊어질 조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전·월세 제도가 시장에 이른 시일 내에 자리 잡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불안 요인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예컨대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계약자에게만 적용돼 신혼부부 등 신규 진입자는 집주인의 과도한 요구로 전·월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법이 보장한 계약 기간 4년을 주기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소지도 있다. 입법 과정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이런 부작용이 현실화한다면 표준임대료제도 도입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대이고 경제 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5%인 임대료 상한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의 지역 상한을 정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2년 만에 내보낸 뒤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할 경우 처벌 조항이 있긴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 탓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보완하긴 어려울 것이다. 시행 과정에서 불거지는 부작용을 즉시 개선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임대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전·월세 물량 부족이다. 이미 엄격한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로 전·월세 공급은 위축돼 있다. 임대료가 집값 상승분이나 세금 부담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집주인의 실거주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추세적 저금리 속에서 집주인으로서는 안정적 고정수입 확보에 월세가 유리하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히 재편될 수 있다. 현재 주택 임대차 시장의 60%를 점하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면 세입자 부담은 무거워진다. 서울 지역 전·월세 물량의 주된 공급처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올해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8천여가구이지만 내년엔 2만5천여가구로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공급발 전세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는 주택 수급 문제여서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주택공급의 절대량을 늘리고 저소득 서민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는 다음 주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전·월세 안정도 염두에 둔 특단의 처방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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