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기로 한국에 특별취재팀 파견
저녁 황금시간대 다양한 심층취재물 전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공영방송 채널인 'RAI'에서 최근 저녁 8∼9시 사이 황금시간대 각종 프로그램에 한국 관련 소식이 연속해서 전파를 타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6월부터 한 달 넘게 RAI를 통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정부 대응은 물론 한국의 발전·생활상, 분단의 비극까지 접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KBS와 같은 위상과 영향력을 지닌 공영방송이 이처럼 장기간 집중적으로 한국 관련 뉴스를 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단이 됐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세계적인 찬사를 받자 RAI는 특별취재팀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파악하고 시사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5천명을 넘어서며 미국·브라질·영국·멕시코에 이어 세계 5번째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피해가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의 한국 관련 취재 활동을 지원하는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RAI 취재팀은 2주간의 의무 격리 지침을 감수하고 지난달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애초 한국 측에 의무 격리를 면제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한국 방역 당국이 격리 지침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취재팀은 6월 18일 첫 방송에서 인천국제공항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절차, 공항에서의 바이러스 검사,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서의 격리 생활, 한국이 자체 개발한 동선 추적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이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일선 학교 수업을 재개한 데 주목해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학교 차원의 검·방역 지침을 취재하기도 했다.
이들의 취재 범위는 비단 코로나19에 한정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분단의 한이 서린 휴전선 비무장지대 인근을 직접 방문, 이탈리아인들에게 생생한 현장 영상과 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남북 접경 지역을 지칭해 "세계에서 가장 무장한 국경지대 가운데 하나이자 70년간 아무도 살지 않아 세계 유일무이한 생태 환경을 지닌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카데미와 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영감을 받은 듯 서울의 반지하 주거 실태도 방송에 담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에는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을 조명하며 이탈리아의 한국전 참전을 되돌아보는 3분 30초짜리 르포를 내보냈다.
이탈리아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했고, 서울 영등포의 한 학교 건물에 적십자병원을 세워 군인은 물론 수천명의 민간인을 치료했다.
이탈리아 측 기록에 따르면 적십자병원이 1955년까지 약 4년간 시행한 진찰 횟수는 23만건, 수술은 7천300여건에 달한다.
방송에서는 지금도 존재하는 학교 내·외부 모습과 함께 "7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탈리아가 한국을 어떻게 도왔는지 기억한다"는 교장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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