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치료 그룹, 우울증 발생 빈도 40~88% 낮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보툴리누스균의 신경독소로 만든 주사제로 얼굴 주름 펴는 데 흔히 사용되는 보톡스가 우울증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톡스는 얼굴 주름 외에도 편두통, 팔·다리 근육 경련 내지는 경직, 요실금, 다한증(excessive sweating), 경부 통증 완화 등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약학대학의 루벤 아바기안 교수팀이 식품의약국(FDA)의 부작용 신고 시스템(Adverse Effects Reporting System)에 들어온 보톡스 치료 환자 4만5천명의 자료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CNN 뉴스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보톡스 치료 목적에 따라 8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 치료 목적은 같지만, 보톡스 이외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은 대조군 하나씩을 설정해 신고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얼굴 주름, 다한증, 편두통, 팔·다리 근육 경련과 경직으로 보톡스 치료를 받은 그룹이 치료 목적은 같으면서 보톡스 이외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받은 그룹보다 우울증 발생 빈도가 40%에서 최대 88%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효과는 보톡스 주사를 맞은 부위 또는 증상과 무관하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보톡스가 우울증의 또 다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보톡스 주사로 얼굴 주름이 펴진 경우라면 표정이 바뀌고 그에 따라 감정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른바 '얼굴 피드백 이론'(facial feedback theory)이 가능하지만, 얼굴 외에 다른 부위에 보톡스 주사를 맞아도 우울증 완화 효과가 나타난다면 그 어떤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보톡스 주사가 기분과 감정의 조절에 관여하는 중추신경계 조직까지 들어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보톡스를 주사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이 임상시험은 보톡스를 주사하는 부위가 이마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의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가 가장 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7월 30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