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파 '쿠데타 반대·민주주의·자유' vs 왕당파 '국가·종교·왕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30일 반정부·친 왕실 집회가 각각 열렸다.양 집회 참석자들은 각각 '세 손가락'을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달랐다.
31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방콕의 한 대학과 북부 치앙마이·난주에서 반정부 집회가 개최됐다.
이들은 반정부 인사 탄압 중단과 의회 해산 그리고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8일 코로나19 비상사태 이후 처음으로 방콕 도심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연장 선상이다.
이후로 대규모는 아니지만 2주 가까인 반정부 집회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은 태국 민주 세력들이 사용하는 '세 손가락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스처는 2014년 태국 군부의 쿠데타 당시 이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표시로 사용됐다.
검지, 중지, 약지를 펼쳐 하늘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인데, 2012년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에 등장한 것을 빌려왔다.
네티즌들은 세 손가락이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고 풀이한다.
2014년 쿠데타 당시 인터넷에는 세 손가락에 각각 '쿠데타 반대' '자유' '민주주의'라는 글자를 적은 그림도 퍼지며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같은 날 방콕 도심에서는 다른 의미의 '세 손가락 인사'가 등장했다.
군주제를 지지하는 왕당파 인사들이 주축이 된 집회로 민주주의 기념탑 인근에서 열렸다.
40~60대가 주축을 이른 참석자들은 군주제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반정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왕실을 중상모략한다고 비판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이들은 매체에 "우리는 반정부 집회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을 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폭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 도중 세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이들은 세 손가락이 태국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국가, 종교 그리고 왕실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는 왕실 모독죄를 저지를 경우 최고 징역 15년의 중형에 처한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나 아피랏 콩솜퐁 육군참모총장 등 기득권층 인사들은 물론 극렬 왕당파들은 학생들이 중심이 된 반정부 집회에서 왕실을 비판하는 발언이 교묘하게 이뤄진다고 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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