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대형 유통 업체들이 구독 경제에 뛰어드는 가운데 전국 각지의 전통주, 집에 걸어둘 그림 등 이색적인 상품을 내세운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소비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구독 서비스의 편리함과 맞아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구독할 수 있는 술담화는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구독자 수도 10배가량 증가했다.
술담화는 월 3만원대의 구독료를 내면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택한 술 2~4병을 칵테일 레시피 등이 적힌 큐레이션 카드, 스낵 안주와 함께 집으로 배송해준다.
고리타분하다는 전통주에 대한 편견과 달리, 20대 청년들이 운영하는 만큼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포장과 서비스를 선보여 20~30대 소비자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술담화를 이용 중인 직장인 한모(25) 씨는 "다음 달에 어떤 술이 올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며 "구독은 나를 위한 소소하고 꾸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픈갤러리도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했고, 구독자 수도 83% 늘었다고 밝혔다.
오픈갤러리는 작가 1천여 명의 작품 약 3만점을 기반으로 3개월마다 벽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료는 그림 크기에 따라 월 3만원대부터 20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소속 큐레이터의 상담과 추천을 통해 그림 선택을 어려워하는 구독자를 돕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 서비스도 지원해 그림을 잘 몰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선한 꽃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데일로즈도 지난 5월과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80%, 40% 늘었다. 구독료는 꽃 분량에 따라 1회 5천원대부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식탁이있는삶'이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몰 '퍼밀'은 지난 6월 과일 정기 배송 서비스 '달콤박스'를 출시했으며, 롯데 제과도 '월간 과자'에 이어 '월간 나뚜르(아이스크림)'를 마련했다.
아울러 CJ ENM 오쇼핑부문은 양말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종 정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구독 경제는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처럼 이색 구독 서비스가 관심을 얻는 것은 다양한 소비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욱 술담화 대표는 "구독 경제의 핵심은 한 카테고리에 속한 다채로운 상품들을 편리하게 경험해보는 것"이라며 "정기 구독은 다양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는 지역만의 고유한 특색이 묻어있는 등 독특한 감성을 지닌 제품을 선호한다"며 "대량생산된 '메이커' 제품을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픈갤러리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알기 위해, 그리고 취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 "구독 서비스는 이를 장려함으로써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라고 말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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