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코로나19로 9월 입법회 선거 1년 연기…야권 강력 반발(종합2보)

입력 2020-07-31 23:33  

홍콩, 코로나19로 9월 입법회 선거 1년 연기…야권 강력 반발(종합2보)
정부, 코로나19 확산방지 명분 내세워…민주진영 "헌법 위기 초래"
홍콩 검찰총장, '홍콩보안법 사건 배제'에 사의 표명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9월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선거 후보 확정시한이 지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대권'을 동원해 1년 뒤인 내년 9월 5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날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 의원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나왔다.
람 장관이 '비상대권'을 동원한 것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 시행에 이어 1년 새 두번째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까지 소강상태였던 코로나19가 최근 들어 다시 확산, 매일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이유로 들고 있다.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3천273명으로 이달 1일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연기 가능성에 대해 야권인 민주진영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민주진영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한 지난 11∼12일 예비선거에 예상보다 많은 61만여 명이 참여한 데 고무된 상태였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주진영은 기세를 몰아 9월 6일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겠다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 중이었다.


범민주진영 입법회 의원 22명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 법규상 선거가 한번 연기되더라도 14일 이내에 다시 치러야 한다면서 "(그 이상의) 연기는 홍콩의 헌법적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명백히 홍콩 역사상 가장 큰 선거 사기"라면서 "중국은 범민주 진영의 입법회 과반을 막기 위해 여러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만명이 예비선거를 통해 투표에 대한 열의를 보여줬는데도 중국 중앙정부가 그들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30일 홍콩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8천805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약 55%는 선거가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고 답한 반면 21%는 6개월 이상 연기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SCMP는 이번 결정으로 기존 입법회 회기 연장, 의원 자격 유지 등을 비롯해 여러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람 장관은 중국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선거 연기에 따른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선거 연기 결정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홍콩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면서 "홍콩시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데이비드 렁 홍콩 검찰총장은 이번 주 테레사 청 법무장관과의 의견차이를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홍콩보안법 사건 처리에서 배제된 뒤 이같이 결정했으며, 청 법무장관은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홍콩보안법 발효 후 홍콩 고위직 공무원이 사의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정부 내에서 홍콩보안법에 따른 불편한 기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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