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난 건강해"…큰 딸 측 "성년후견 심판청구 계속 진행"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롯데에 이어 한국타이어에도 형제 다툼에 아버지 성년후견이 결정적 무기로 등장했다.
두 기업은 총수들이 상속 문제를 일찍 정리해두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80∼90대 고령의 '회장님'이 자식들 중 한 편에 무게를 실으면 다른 쪽에서는 아버지의 판단이 흐린 상태라고 성년후견 심판청구로 맞서는 모습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조양래(83) 회장의 장녀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를 대상으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이 막냇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2천400억원에 매각하며 승계 구도를 결정지은 지 약 한 달 만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뉜다.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일부분에서 후견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조 회장이 직전까지 주식을 넘길 계획이 전혀 없었고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은 6월 중 시간외 대량 매매로 조 회장 몫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모두 인수해서 지분이 42.9%로 늘고 최대 주주가 됐다.
큰아들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두 딸인 조희경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의 지분을 합해도 30.97%로, 조현범 사장과는 차이가 크게 나서 뒤집기는 쉽지 않다.
조양래 회장은 바로 다음 날 입장문을 배포하고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본인 생각을 말한 뒤에 이를 정리된 글을 다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 측은 1일 "예상한 반응"이라며 "법적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딸이 청구를 취하하지 않는 한 조 회장은 건강을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법원에 출석해 재판부 심문을 받고 의사 감정을 통해 정신 상태를 확인받아야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도입됐으며 이용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후견개시는 총 3천112건으로 성년후견 2천141건, 미성년후견 386건, 한정후견 379건 특정후견 202건, 임의후견 4건이다.
성년후견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2015년 12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이 당시 94세였던 오빠의 정신 건강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했다.
신 회장 여동생 측 대리인은 "가족 간 논란으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보다 못해 성년후견인 신청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 성년후견인 지정이 받아들여지면 "아버지는 내 편이며,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강조해 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신 회장의 두 아들은 지분 '황금분할'로 인해 끝없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신 회장은 이들이 능력과 실적으로 지지를 받으라는 뜻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거의 남겨주지 않고, 광윤사·종업원지주회·관계사 및 임원지주회가 3분(三分) 해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조양래 회장 주식매각 직전까지는 조현범 사장(19.31%)과 형인 조현식 부회장(19.32%)의 지분이 거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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