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압승 유력…의석 과반 넘어 개헌 정족수 노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던 스리랑카의 총선거가 5일 실시된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22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16대 스리랑카 총선 투표가 5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애초 4월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날로 연기됐다.
스리랑카에는 3일 현재 2천823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확산세는 다소 진정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발동된 통행금지령도 해제된 상태다.
다만, 대규모 총선 유세가 제한돼 선거운동은 온라인이나 소규모 집회로 진행됐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되는 것은 라자팍사 가문의 정치 권력 강화 여부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에 의원내각제가 가미된 정치 체제를 운용 중이다.
현재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다. 고타바야는 취임 후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했다.
스리랑카의 '스트롱맨 형제'로 불리는 이들이 정치권을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
두 사람은 2005∼2015년 10년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두 사람은 2009년 수십년간 진행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의 종식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 등 여러 인권 탄압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라자팍사 가문의 승승장구는 2015년 1월 예상치 못한 마힌다의 3선 실패로 갑자기 막을 내렸다.
이후 마힌다는 2018년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임 대통령과 손잡고 총리로 복귀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정치적 혼란만 유발했다.
그런 라자팍사 가문은 지난해 4월 260여명이 숨진 '부활절 테러'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다수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고타바야는 이에 지난해 8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대선에서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이번 총선에서도 라자팍사 가문이 이끄는 집권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여권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응집됐지만, 라닐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 사지트 프레마다사의 신당 등 야권은 분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의석 과반 압승을 넘어 개헌 의결 정족수인 의석 3분의 2 이상까지 노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더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가 통과시킨 대통령 3선 금지안도 개정해 마힌다가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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