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자신의 재선을 결부…"기록적으로 빠르게 개발" 압박
"수천명 시험 뒤 출시할까 우려"…백신 승인은 일반약보다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지율 열세를 뒤집는 '깜짝카드'로 활용하고자 백신 '조기출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전문가들을 취재해 "백악관이 식품의약국(FDA)을 압박해 11월 대통령선거 전 (효과나 안전성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치 않은 백신의 긴급사용을 제한적으로나마 승인할까 봐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이 걱정한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위해 제약사를 지원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수립했다.
NYT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는 백악관에 오는 10월까지 '광범위한' 백신공급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목표는 미뤄진 상태다.
현재 목표는 연말 또는 내년 초 수백만 명분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31일 의회에 출석해 "연말이나 연초까지는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러야' 연말에 나온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에도 재선을 위해 '10월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촉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에 재선을 고대한다면서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빠르게 오르고 경제는 나아지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올 거라 재선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남겼다.
백신과 재선을 결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노스캐롤라이나주 후지필름 공장을 찾아서는 "기록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선거운동을 돕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백신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NYT에 쿠슈너 보좌관의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10월'을 자주 언급하며 백신개발이 10월을 넘어 이뤄질까 봐 우려했다고 전했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백신 긴급사용 승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의학협회(JAMA) 저널과 온라인 인터뷰에서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위험성이 맞지 않았을 때 위험성보다 현저히 낮다면 긴급사용 승인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NYT는 "행정부 고위관계자에게 오는 10월 22일 FDA 외부자문단 회의 때 백신 긴급사용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이 전무한지 물었으나 확언하길 거부했다"고 전했다.
FDA 자문위원인 펜실베이니아대 폴 A. 오핏 박사는 "FDA가 초고속 작전 대상인 백신 2~3개를 꺼내놓고 '수천 명에게 시험해봤는데 안전해 보이니 출시하자'고 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백신을 출시하기 전 얼마나 시험해야 하는지는 언제나 논쟁거리였다.
장기간 시험할수록 안전성과 효능은 더 확인되겠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영역을 타격한 상황에서 일상을 회복시킬 사실상 마지막 수단인 백신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백신 사용승인은 일반 약보다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반 약은 특정한 병을 앓는 사람에게만 쓰이지만 백신은 건강한 다수의 사람에게 접종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아서다.
전문가들은 성급히 출시한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나타나면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파우치 소장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앞서 하원에 출석해 "FDA는 그간 과학에 근거해 결정을 내려왔다"면서 "이번에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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