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의 소혈관(cerebral small vessel)이 손상되면서 치매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소혈관은 뇌의 속 부분인 백질(white matter)에 뱀처럼 꼬불꼬불 퍼져있는 작은 혈관들이다. 이 소혈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손상되면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인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가 벗겨지면서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끊어져 치매 또는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뇌의 이러한 소혈관질환은 MRI로 진단된다.
미국 보스턴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호세 라파엘 로메로 박사 연구팀이 뇌졸중 또는 치매 병력이 없는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 참가자 1천686명을 대상으로 중년에서 노년까지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내 주기적으로 이들의 혈압을 측정하는 한편 뇌 MRI를 통해 뇌 소혈관 손상을 나타내는 미세출혈, 무증상 뇌경색(covert brain infarct) 등을 관찰, 혈압과 뇌 소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년에서 노년에 걸쳐 고혈압이 오랜 기간 지속된 사람일수록 뇌 소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년의 고혈압이 노년까지 계속된 그룹은 중년에서 노년까지 꾸준히 정상 혈압을 유지한 그룹에 비해 뇌 소혈관의 미세출혈 위험이 3.4배 높았다.
이들은 또 무증상 뇌경색 위험도 1.5배 높았다.
무증상 뇌경색이란 말 그대로 증상 없이 진행되는 뇌경색이다.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MRI나 정밀검사로 확인되는 질환이다.
중년에는 혈압이 정상이었는데 노년에 혈압이 올라간 그룹은 뇌 소혈관의 미세출혈 위험이 2.7배 높았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미시간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데보러 레빈 박사는 고혈압-뇌 소혈관질환-뇌졸중-치매 사이의 연결 경로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는 또 혈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혈압이 올라가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뇌는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피질과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린 속 부분인 수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질은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gray matter), 수질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백질이라고 불린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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