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걸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베이징다누리한중문화센터, 코로나19 애환 공감 토스 행사 마련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너무 힘들긴 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지난 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중 다문화가정에도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이 결혼한 가정이다 보니 가뜩이나 양국으로 오가는 일이 많은데 코로나19로 막히면서 그 고통은 남달랐다.
이런 애환을 서로 나누기 위해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베이징다누리한중문화센터 주최로 다문화 가정이 함께 나누는 공감 토크 행사인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행사가 열렸다.
40여명이 모인 이날 모임에서 중국에서 18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한국인 신모씨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와 14일간 격리해야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신씨는 혼자 설 연휴를 지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발이 묶였다. 지난 1~2월 중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베이징에는 있는 5살짜리 아이와 중국인 부인, 장인, 장모 그리고 중국인 친척들을 위해 마스크를 500여장 사서 보냈다고 한다.
신씨는 "한국에서 베이징에 오면 당시 격리를 해야 했지만 어쨌든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돌아 가기로 했다"면서 "내 가족이 힘들면 모든 걸 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의 외곽인 퉁저우에 집이 있었다. 이 지역은 한국인들이 거의 없고 당시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인 기피 현상이 우려돼 집 앞에 빈방을 얻어 14일간 자가 격리를 했다고 한다.
신씨는 "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 중국인 아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한정적이었는데 격리 후 두세달 동안 함께 있으며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다가 보니 이혼하는 가정도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나는 오히려 아내와 많이 얘기하는 계기가 됐고 중국인 장인, 장모가 돌보는 아이에게 한국어 교육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생각을 바꿔 가족끼리 단결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한중 다문화가정은 특히 같이 오랫동안 있는 기회를 활용해 슬기로운 코로나19 생활을 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한국에서 오지 못하는 한중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화상 녹화를 통해 사연을 전했다.
우한에서 한식당을 운영해온 한국인 이 모 씨는 코로나19로 중국인 아내, 딸과 사이가 좋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 당시 한국인들이 전세기로 돌아가는 걸 봤고 그 후 영사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면서 "어린 딸이 걸음마를 시작할 때였는데 예쁘게 잘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많은 일을 멈추게 했지만 딸만 생각하면 추억과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고 회고했다.
베이징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국인 김 모 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고생이 많았다면서 "중국인인 아내가 4살, 6살짜리 아이들을 온종일 보느라 고생이 많았다"면서 "봉쇄 상황에서 아내가 전담해서 마트 등 밖에 나가고 나는 집에서 얘들이랑 있으면서 매우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의 공기처럼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감사하는 기회가 됐다"고 언급했다.
우한에서 화장품 업체에 근무했던 한국인 강모씨는 코로나19 사태로 1월 말 한국에 들어온 뒤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인 아내를 중국에 보냈다는 강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중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한중간 교류도 지장이 크다며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고대했다.
허베이(河北)성에서 화장품을 사업한다는 한국인 남 모 씨는 "지난 2월 초 한국에 와서 여름이 됐는데도 못 돌아가고 있다"면서 "비자와 항공 문제가 하루빨리 잘돼서 중국의 가족 품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현재 부산에 사는 중국인 량 모씨는 "일자리를 잃은 남편들이 많아 다들 힘들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중국에 가서 친정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언제 가능할지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영란 베이징다누리한중다문화센터장은 "2016년 이 센터가 발족한 이래 다문화 강좌 등을 하며 소통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상반기는 완전 중지 상태였다"면서 "한중 다문화 가정끼리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공유해 결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