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이상 찾던 한국 관광객 끊겨…"버티던 교민도 귀국 타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거리가 너무 조용해서 좀비가 나올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베트남 당국이 사실상 봉쇄에 들어간 중부지방의 유명 관광지 다낭시에 사는 한 한국 교민이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베트남에서 100일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국내 감염 사례가 나온 이곳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139명이 감염됐고,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8개 지역으로 퍼져 모두 205명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국은 지난달 28일 다낭을 오가는 모든 교통편을 끊은 데 이어 시내 대중교통 운행과 대다수 서비스 업종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또 생필품 구매와 출퇴근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주민의 외출을 막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식당의 음식 배달까지 금지해 거리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다낭은 한국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 찾던 곳이어서 한때 크고 작은 한국 여행사가 100개가 넘었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교민도 6천여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난 2월 29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임시 중단하고 3월 22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면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던 대형 식당과 마사지숍, 주점, 카페, 선물 가게, 숙박시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교민들이 앞다퉈 귀국길에 올라 현재 남아 있는 교민은 3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 20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은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어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가 이뤄지자 상당수 교민이 희망을 접고 귀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20년째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 여행사 대표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다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떠나려는 교민이 꽤 있는 것 같다"면서 "귀국 전세기편을 마련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낭한인회는 교민을 대상으로 귀국 전세기 수요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다낭은 출입국은 물론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막혀 있어 교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 교민은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태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현지 상황은 암담하다 못해 참담하다"면서 "관광과 관련한 업종에 종사하는 교민은 업종을 변경하거나 타지로 옮기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민이 밀집해 있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시와 남부 호찌민시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끊긴 데다가 교민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한인 식당과 상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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